"내 것 인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11일)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삶과 죽음에 대한 그 빛나는 이야기"란 부제를 단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있다. 그 속에 나오는 말들이 관념적이지 않고, 내 일상에 적용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시인 이성복은 스승은 생사를 건네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스승은 죽음의 강을 건널 떼 겁먹고 급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쪽으로 바지만 걷고 오라'고 ' 죽음이 무어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생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다. 스승 이어령은 죽음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그러니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 주려고 해요."
나는 그의 마지막 인터뷰를 읽으며, 재앙이 아닌 생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다. 왜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닌 한 커트인지? 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말하며, 스승은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우리는 사실 제각자의 예민한 살갗으로 생과 사의 엷은 막을 통과하고 있다. 스승은 호흡이 멈추는 순간까지 스스로를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죽음을 묘사하는 마지막 단어를 고르시었다. 그는 '탄생의 그 자리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즉 소멸을 향해 가는 자가 아니라, 탄생을 향해 가는 자라는 거다. 그의 마지막 인터뷰 속의 문장 하나 하나가 우리들의 고민 거리들이다. 각각의 문장들이 하나 하나가 큰 화두이고, 삶의 지혜와 통찰을 준다. 그러면서 감정과 지성의 근육을 키우는 기회를 준다. 흉곽과 뇌곽을 흔들어 '최대치의 나'로 넓혀갈 기회를 준다. 김지수 기자는 스승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영혼의 속옷'을 찾았다고 한다. '영혼의 속옷', 나도 필요하다.
새해를 시작하며, 이 책에서 30가지를 화두를 뽑아 생과 사의 문제를 붙들고 씨름해보려 한다. 그 30가지 화두는 나의 블로그로 옮기고 하나씩 가져올 것이다. "내 것 인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말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 그래 더 꼼꼼하게 읽으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만나지 못하는 김에, 스승의 말을 적어 보기로 했다.
(1) 나는 어둠과의 팔씨름을 했다.
"매일 밤 나는 죽음과 팔씨름을 한다. 어둠의 손목을 쥐고서." "그 많은 밤의 팔뚝을 넘어뜨려야/겨우 아침 햇살이 이마에 꽂힌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이야기는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 하며 깨달은 것들이라 했다. 어둠의 팔뚝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라 했다. 서양에서는 지금까지 영과 육이라는 이원론을 가지고 삶과 죽음을 설명했지만, 그는 육체와 마음과 영혼, 삼원론으로 삶과 죽음을 설명한다.
스승은 컵 하나를 가지고 보디(몸, 육체)와 마인드(마음) 그리고 스피릿(영혼)을 설명한다. 이해가 쉽다. 컵이 육체이다, 죽음은 이 컵이 깨지는 거다. 유리 그릇이 깨지고 도자기가 깨지듯이 내 몸이 깨지는 거다. 그러면 담겨 있던 내 욕망도 감정도 쏟아진다. 출세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돈 벌고 싶은 그 마음도 사라진다. 사라지지 않는 것은 원래 컵 안에 있었던 공간이다. 그게 스피릿, 영성이다. 원래 컵은 비어 있다. 거기에 뜨거운 물, 차가운 물이 담기는 거다. 말 배우기 전에, 세상의 욕망이 들어오기 전에, 세 살 핏덩이 속에 살아 숨 쉬던 생명, 어머니 자궁 안에 웅크리고 있을 때의 허공, 그 공간은 우주의 빅뱅까지 닿아 있다. 사라지지 않는다. 나라는 컵 안에 존재했던 공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스피릿, 영성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영성, 아니 영혼은 "여백"이다. 코로나-19로 만남이 금지된 시간에 영혼의 근육을 키우고 있다.
글이 길어진다. 여기서 멈춘다.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여백/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무 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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