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포착하는 능력은 새로운 시작의 총성이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도 시간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Odes)>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남 눈치를 보고 부러워하고 흉내 내다 보면 세월이 저 만큼 도망갑니다. 가르페 디엠! 바로 이 순간을 낚아채십시오!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신경 쓰지 마십시오!(Dum loquimur, Fugerit invida aetas,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천천히 다시 일어 볼 만한 내용이다.
호라티우스는 시간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남을 부러워하다 보낸 세월(아이타스, aetas)"과 "바로 이 순간"이다. 이 '아이타스'의 속성은 도망과 덧없음이다. 부러움이 지나치면 시기와 질투가 되어, 자신이 아닌 남을 헐뜯는다. 호라티우스는 그런 세월을 보내는 야속한 세월을 '아이타스(aestas)'라고 표현했다. 아이타스는 자신을 위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해, 그냥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지칭한다. 문제는 부러움이다. 왜냐하면 부러움은 시간이라는 괴물을 만나 질투(嫉妬)나 시기(猜忌)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부러움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할 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헛된 바램이다. 부러움이 시간이 흐르면, 질투나 시기로 변한다. 자신의 고유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개 하는 행위가 시기나 질투이다. 그런 사람은 타인에게 언어적 그리고 행동적인 폭력을 쉽게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이 내뿜는 나쁜 기운으로 자신 마저도 죽게 만든다. 호라티우스는 남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다가 흘려 보낸 세월을 중단시키고,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을, '카르페 디엠'이라고 표현했다.
이 말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1989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서이다. "카르페 디엠! 이 날을 잡아라. 너희들의 삶을 비범하게 만들어라!"며,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려는 경계에 서 있는 제자들에게 존 키링 선생이 했던 말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좀 더 쉽게 해석한다.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카르페 디엠은 내 인생의 만트라이다. "내일은 없다. 오늘이 좋습니다."라는 족자가 내 연구실에 붙어 있다. 만트라는 나를 정신차리게 만드는 경종을 말한다. '카르페 디엠'에서 '다엠'은 라틴어로 '하루 또는 낮'이라는 의미이다. 이 단어는 '빛나는 물체' 혹은 '빛을 창조하는 신'이라는 의미로 확장된다. '하루'는 하늘이 주신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낚아 채야 한다. 우주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야만 하는 '때'가 있다. 우리는 이 우주적 시간을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지혜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천재라고 한다. 그 '때'를 아는 사람이다. 호라티우스는 이 '때'를 포착하는 능력을 '카르페'라고 표현했다.
'카르페'는 '카르페레(carpere)라는 동사의 단수명령형이다. '카르페레'는 '과실을 따다', '곡식을 추수하다'라는 말이다. 농부들이 사용하던 말이라고 한다. 농부에게 가을은 자신이 봄에 심은 씨앗이 만들어 낸 기적을 거두는 때이다. 농부가 잘 익은 과일을 나뭇가지에서 떼어 내기 위해서는 과일의 당분과 싱싱함이 최고인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즉 수확의 시점을 정확하게 잡아야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과일을 땅에 떨어지고 만다. 다른 각도로 말하면, 잘 익은 곡식을 얻기 위해서는 봄에 씨앗을 심고, 여름에 거름을 주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조치를 잘 취해야 한다. 봄에 씨앗을 심고, 오랜 기간, 그 과일이나 곡식을 돌본 사람만이 '카르페레'할 수 있다. '카르페레'를 고대 그리스어의 어원을 적용하면, 과일과 곡식은 봄부터 쓸데 없는 것들을 걸러내는 오랜 작업을 통해 얻어지는 신의 선물이다.
그러니까 '지금'을 포착하는 능력은 새로운 시작의 총성이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이 전하는 메시지이다. 12월, 가는 세월을 '지금(只今)'으로 붙잡는 오늘이 되게 하고 싶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할 것인가? 내가 나 자신을 위한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인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란 말인가?"(랍비 힐렐,『선조들의 어록』 1장 14절) 나는 그 때가 아침 글 쓰는 시간이다. 그래 그 시간이 매일 매일 지겹지 않고, 나에게는 새롭다. 그리고 시간을 느껴본다 12월이다.
12월/반기룡
한 해를 조용히 접을 준비를 하며
달력 한 장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며칠 후면 세상 밖으로
사라질 운명이기에 더욱 게슴츠레하고
홀아비처럼 쓸쓸히 보인다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꼬깃꼬깃
가슴속에 접어놓고
아수라장 같은
별종들의 모습을 목격도 하고
작고 굵은 사건 사고의 연속을
앵글에 잡아두기도 하며
허기처럼 길고 소가죽처럼 질긴
시간을 잘 견디어 왔다
애환이 많은 시간일수록
보내기가 서운한 것일까
아니면 익숙했던 환경을
쉬이 버리기가 아쉬운 것일까
파르르 떨고 있는 우수에 찬 달력 한 장
거미처럼 벽에 바짝 달라붙은 채
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바통 넘겨 줄 준비하는 12월 초하루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반기룡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