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각자의 슬픔을 가지고 있다.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법정 스님의 잠언은 늘 마음 공부를 하게 한다. 동네 세탁소에서 그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류시화 엮음)을 만났다. 스산하고 흐린 늦가을 아침에 삶의 길을 가르쳐 준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 다산 정약용은 이를 '치심(治心)'이라 했다. 다산은 그 어떤 마음 공부에서도 찾지 못했던 마음의 안정을 집필에 몰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음을 잃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림으로써 마음을 다스렸던 것이다. 다산이 선택한 생의 마지막 습관은 매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래 오늘도 나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쓴다.
법정 스님의 '주옥 같은' 잠언으로 돌아온다. '마음의 환기'를 위해 공유한다.
- 크게 버리는 것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버리고 비우려면 크게 버리고 비워야 한다.
-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 지, 둘을 갖게 되면 그 소중함 마저 잃는다. 하나를 가지고 소중하게 다 소진하고 그 다음 것을 사야 한다. 지나친 소비에 창피함과 죄스러움을 가져야 한다.
-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 생각난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화장실에 적힌 교훈 같지만 천천히 읽으면 자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당황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사람은 두려워 하지 않는다. 알면, 당황하지 않고, 욕심이 없으면 근심이 없고, 알고 욕심내지 않는다면 두려울 것도 없다. 자유는 여기에서 생기는 것이다.
-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사람이며,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어야 한다. 늘 배우고, 익히며, 일상의 기본을 잘 유지해야 존재가 풍성해지고, 녹슬지 않는다.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고, 날씨마저 흐리니 마음이 더 가라앉는다. 가을이 겨울로 가는 문지방에 놓였다. 만물의 일년 생성(生成)은 생겨나고, 자라고, 거두어, 깊이 들어가는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원리에 따른다. 이를 예쁘게 표현하면, "쥐리락, 펴리락"이다. 봄에 만물이 새싹을 잘 틔우고, 건강하게 생겨나려면, 그 전년 가을부터 열매를 잘 거두어 깊이 수장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장(收藏)이 잘 되어야 생장(生長)이 좋고, 생장이 좋으면 수장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모든 일은 먼저 쥐고 펴야 한다. 소리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호흡을 잘 쥐고 장악해야, 소리가 잘 펼쳐진다. 판소리 명창 배일동 선생의 페북에서 만난 이야기이다.
올해 지금의 열매가 내 년 봄의 씨앗이 된다. 그래 만물은 저리도 서둘러 양분을 알뜰살뜰 쥐어서 겨울을 향해서 깊이 숨어들어간다. 나도 이젠 차분하게 수장을 준비하리라. 우리는 지금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놓여 있다. 사람은 여름과 겨울에 늙고, 봄과 가을에 성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봄에는 육체적으로, 가을에는 영혼이 성장한다고 했다. 그래 나는 늘 요즈음의 계절처럼 경계에 서 있으려 한다. 경계에 있는 사람의 덕목은 공감능력과 자비 능력에서 나온다. 여기서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고, 자비 능력은 다른 이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해석하는 능력이다. 이 자비의 다른 말이 연민이고 사랑이다. 연민의 사전적 정의는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이다. 이걸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내 마음 속에 들어온 당신의 슬픔'이라 말할 수 있다. 일상의 삶에서 습관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슬픔을 가지고 있다. 타인의 슬픔에 대한 가장 좋은 위로는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 못지않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너의 어려운 처지가 나의 어려운 처지처럼 느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어둠과 이길 수 없는 슬픔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지만, 마음의 얼룩은 걷어내지 못한다. 그래 우리는 연민으로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치심(治心), 즉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오늘 아침 시는 김종삼 시인의 것을 택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 시를 내 딸에게 바친다. 아침 사진은 늘 산책하는 탄동천에서 찍은 것이다. 고요를 즐기는 모습이 외로워 보였다.
장편2/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均一床)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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