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은 "산상수훈의 팔 복" 중 제 5복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의 문제는 '인(仁)', 즉 자비(慈悲)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자비는 히브리어로는 '헤세드(chesed)'로, 동정이나 측은지심 등 공감 능력을 뜻한다. 헤세드는 '변하지 않는 어머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어머니처럼,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행동의 둘레를 확장하여 타인을 자신처럼 아끼는 마음을 지니라는 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와 비슷한 말 같다. 모든 인간은 어머니로부터 '자비'를 배운다. 아이는 자신이 세상으로 나오자 마자, 누군가의 헌신적인 사랑이 자기 생존의 기반이란 사실을 배운다.
자비(慈悲)는 타인의 육체적, 정신적 혹은 감정적인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다. 인간은 어머니의 자비를 통해서 세상에 태어났고, 자비를 확인하고 타인에게 베품으로써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어로는 compassion이라 한다. 컴패션은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감수성이자 능력이다. 컴페션은 다른 사람의 고통(passion)을 자신도 함께(com)느껴, 그 고통을 덜어주려고 애쓰는 행동이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다.
고 차동엽 신부님은 "자비는 상대방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어 상대방의 마음과 통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평생 구원 활동을 하신 동기도 자비심 때문이다"이라고 말씀 하셨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암 선고를 받은 할아버지가 있었다. 갈수록 성격이 난폭 해졌다. 가족은 물론 병원의 전문 상담가들도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를 아는 동네 꼬마가 병문안을 왔다. 병실에 들어간 꼬마는 30분 뒤에 나왔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랬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할아버지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과 편안하게 어울리기 시작했다. 가족이 꼬마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니?' 꼬마가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할아버지께서 우시기에 따라서 같이 울었을 뿐이에요.' 그게 바로 아이가 건넨 자비였다." 신영복 서화집에서 보았던 문구가 생각난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왜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게 되는가? 우리가 자비를 베풀면 하늘에서 더 큰 자비가 쏟아진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이처럼 자비는 선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자비가 영적으로 발휘되면 죄에 대한 용서가 되고, 물질적으로 발휘되면 자선이 된다." 차신부님의 말씀이시다. 그리고 자비를 일상 생활 속에 실천하려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남을 심판하지 말라." "용서하라." "주어라." 그러면서 일화 하나를 들려주셨다. 팍 와 닿는다. "신부님이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하실 때 학장 신부님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으시다고 한다. "나는 학교에서 몸담고 있어 자선을 베풀 기회가 별로 없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라도 자선을 하자는 생각으로 계속 양보 운전을 한다." 생각해 보면, 일상 생활 속에서 자선은 간단하다.
그리고 세계적인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한 강연을 통해 종교의 자비로움을 끌어내고 실천해야 한다면서 “자비로운 마음은 스스로 돌아보아 개인이나 사회가 나에게 준 고통을 발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같은 고통을 주지 않으려는 굳은 마음"이라고 말했는데, 우리의 종교적 명상과 신앙심이 이러한 곳까지 이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을의 시간은 비옥한 내면의 시간이다. 지혜가 익는 때이다. 성숙해지는 때이다. 따뜻한 차나 커피를 앞에 놓고 마르고 야위어가는 것들을 수긍하고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내게 뿌리와 같은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면 세상은 자비로 사랑이 번지고 스며들 것이다. 번지는것과 스미는 것은 차이가 없다. 그래,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가 이해된다. 자비로운 사람은 자비를 입게 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번짐과 스밈"으로. 생일이라고 받은 꽃도 내 마음에 사랑이 번지고 스몄다.
번짐과 스밈/ 허형만
번지는 것과 스미는 것은 차이가 있을까요?
유치원 앞을 꺾어 돌 때
아직 아이들이 등원하기에는 이른 시각
보랏빛 나팔꽃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이 깔깔깔 유치원에 들어서면
나팔꽃은 환한 얼굴로 반길 것입니다.
조금 뒤에 도착해 문 앞에 서 계시던 하느님도
아이들과 나팔꽃을 배경으로 셀프 카메라를 찍으시겠지요.
번지는 것과 스미는 것은 이렇게 차이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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