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1. 23. 16:02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산상수훈의 팔 복'중 4-8복은 맹자가 말한 '4단(端)+1=5행'으로 바꿔 볼 수 있다. 제 4복인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의 문제는 '의(義)'로 '정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맹자 식으로 말하면, 수오지심(羞惡之心), 의롭지 못한 일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다. 그 반대로 의로운 사람은 그 자체로 흡족하다.

제 5복인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의 문제는 '인(仁)', 즉 자비, 아니 사랑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제 6복인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의 문제는 '예(禮), 예절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제 7복인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의 문제는 지(智), 지혜의 이야기, 마지막으로 제 8인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의 문제는 신(信), 믿음의 이야기라 볼 수 있다.

오늘은 제 4복,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라는 말씀을 해부할 차례이다.
- '의로움'이란 히브리어로 '체다카(Tzedakah)'이다. '어떤 기준에 부합하다'는 뜻이라고 차신부님은 말하셨다. 영어로는 'righteousness'이다. 문제는 그 기준이 시대마다 다르다. "아브라함에겐 '네 양심에 충실 했느냐'였다. 모세 때에는 '십계명'이었다. 십계명을 잘 지켰는지가 의로운 가, 아닌 가의 기준이었다. 십계명의 알맹이는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이다. 나중에는 그게 쏙 빠져버렸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선 십계명의 껍데기로만 기준을 제는 율법주의가 판을 쳤다. 그걸 예수님께서  '사랑'으로 뒤집었다"고 차신부님은 말씀하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 예수님은 의로움의 기준을 '사랑'으로 제시하셨다. 사랑이 깔린 의로움은 "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어떻게? "격이 낮은 의로움은 날카롭고 차갑다. 그건 상대방을 비판하고 단죄한다. 그러나 격이 높은 의로움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상대장을 안아서 녹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허공에다 정의를 외치고, 후자는 눈물로 사랑을 산다."(차동엽 신부님) 사랑이 담긴 정의를 말씀하신 것 같다.
- 차 신부님은 이런 예를 들으신다. 안중근 의사(義士)는 독립운동 근거지가 탄로 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포로를 풀어준 적이 있다. 그리고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물리치고, 어진 것으로 악한 것을 물리친다'고 말하셨다. 그에게 하나의 생명도 아끼는 사랑의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그 마음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였다. 사랑이 밑바탕이 된 정의이다. 그게 진정한 의로움이다. 정의를 편에서 분노할 줄 알아야 하는 것도 정의이다. 사랑이 있는 정의이다. 더 큰 불의를 막기 위해.

오래 전에 읽은 조정래 소설가의 말이다. "공부는 무엇을 많이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한다. 바른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딱 한 마디로 하자면, 나만 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하는 것처럼 남도 위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조정래, <풀꽃도 꽃이다. 2>, p. 87)

이것이 사랑의 마음이다. 맹자가 말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이런 것이 없다면, 바른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인간성의 시작(인격, 人格)은 사랑으로부터 나온다. '남과 나를 구별하지 않는 마음.' 그런 사랑을 위해서는 또 다음의 4가지가 필요하다.
- 정의로워야 한다. 그것은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맹자가 말한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그런 일을 했다면 수치심을 갖고 창피해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 자신을 미워할 줄 알아야 한다. 절제하지 못하는 지나친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정의가 아니다.
- 예절이 있어야 한다. 겸손과 배려의 마음이다. 예절을 몸에 익혀야 한다. 사양지심(辭讓之心)이라고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편의와 안락을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능력을 만들어 준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더 쉽다.
- 지혜로워야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속마음으로는 자명한 것과 찜찜한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진리를 알아차릴 줄 알아야 한다. 진리에 입각한 옳은 판단을 하는 힘이 지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을 잘 관찰하고, 침묵으로 말하는 자연 속에서 그 진리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지연이 보여주는 진리와 지혜는 같다고 본다. 그리고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다.
- 이러한 마음을 일시적으로만 갖는 것이 아니라, 늘 성실하게 마음 속에 지니고 일상에서 실천한다면, 그것이 사람들이 자신을 믿게 하는 '믿을 신(信)'이다. 믿음이 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박해를 받더라도 믿음을 갖고 의로운 일을 하면 하늘이 알아줄 것이다.

'사랑'과 '정의'가 인간 본성이다. 사랑은 무조건 주는 것이리면, 정의, 아니 의로움은 하나의 '기준'이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을 욕망과 이익 문제로 단순화하곤 한다. 한번쯤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혹은 ‘내가 모르는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 좋겠지만, 자신만의 정의가 앞서면 그만큼 깊은 확신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내가 옳고, 이 일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량하게 무례할 수 있다. 의로움, 정의는 간단히 말하면,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상대방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를 "꽃"으로 보면 된다.

꽃·3 - 나태주(1945~)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나태주 #와인복합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