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1. 22. 11:36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산상수훈의 팔복(八福)*"중 제 3복인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는 문장을 곰곰이 생각한다. 난 '온유(溫柔)'란 말을 좋아한다. 온유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성격, 태도 따위가 온화하고 부드러움"이다. "온화", "부드러움" 다 내가 좋아하는 가치이다. "온화"는 '온화(溫和)하다'의 어근이다. 두 가지로 쓰인다. ① 날씨가 맑고 따뜻하며 바람이 부드럽다. ② 성격, 태도 따위가 온순하고 부드럽다. 전체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따뜻함"이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따뜻함에서 나온다. 기계는 차갑다면, 인간의 본성은 원래가 따뜻하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따뜻함이 있다. 그 따뜻함의 차이가 에너지의 양으로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우주는 음과 양의 파동이라고 본다. 그 파동은 에너지의 움직임에서 생긴다고 본다. 자연은 음과 양이 교차하며, 춘하추동으로 소리없이 순환한다. 그 덥던 여름이 말없이 사라지고 쌀쌀한 가을이 지나, 벌써 겨울이 오나 하고 의심케 한다. 그러다 어김 없이 또 봄이 온다. 그러니까 우주에서는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관계와 변화 속에 있을 뿐이다. 에너지의 파동에 따라 반대되는 것과의 관계 속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운동으로 변화하면서, 모든 것이 존재한다. 음과 양의 관계로 움직이는 것은 반대되는 힘의 작용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그 힘이 에너지, 따뜻함의 정도, 즉 온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니까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온도가 중요하다. 그 온도를 잃으면 죽는 것이 아닌가?

이젠 "온유'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부드러움(柔)'을 읽어야 한다. 나는 내가 나의 호를 목계(木鷄, 나무로 만든 닭)라 졌다. '목계'처럼 완전한 마음의 평화와 균형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완전한 평정심을 이룬 모습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이다. 최고의 싸움 닭은 뽐내지 않는다. I am who I am이다. 나는 나일 뿐이다. 평상심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때 중요한 가치가 '부드러움'이다. 교만, 조급함, 공격적인 태도의 사나움 대신 세속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노자가 말하는 "화광동진 和光同塵", 자신의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이 풍진 세상의 눈높이와 함께 한다.), 움직이지 않기가 태산처럼 원칙을 지키며(조급함을 버린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부동여산(不動如山)"의 여유),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사람이(노자가 말하는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러움과 유약함이 결국 강하고 센 것을 이긴다.)이 되고 싶다. 이런 이유로 나는 "온유"라는 말을 좋아했다.

아! 이젠, '산상수훈의 제 3복인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로 돌아 온다.
- '온유'의 히브리어는 '아나브(Anab)'이다. 이 말의 뜻은 나의 자유의지를 양보하고 상대방의 뜻을 존중하는 거다. 이건 성숙한 사랑의 태도이다.
- 이 제 3복에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이 올렸던 기도인 "내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는 고백이 녹아 있다.
- 온유한 사람은 자기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자신을 열고 받아들인다.
- 온유하다는 말을 연약하다는 말로 인식되기에, 오늘을 사는 우리는 온유하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유하다는 말은 약하다는 말이 아니다.
- 실제 일상에서 온유한 삶은 '내려놓음'에서 비롯된다. 내려놓음은 나를 비우고, 주님께 맡기는 삶의 결단이다.
- 부드러운 것은 따뜻하여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다. 생각에 부드러움이 스며들면 얼굴이 너그러워진다. 감추어도 저절로 피어나는 넉넉한 미소가 핀다. 고향의 저녁 연기처럼 아늑한 어머니 얼굴이 된다.
- 온유함을 잘 보여주는 것이 물이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고, 비어 있는 곳에 채워지고, 부드러운 곳에 스며든다.

끝으로 "온유"와 관련된 노자의 일화를 공유한다. '치망설존(齒亡舌存)' 이야기이다. 임종을 앞둔 노자의 스승 상용이 그를 불렀다. 그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였다. 상종이 자신의 입을 벌려 노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내 혀는 아직 그대로 있느냐?"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빨은 있느냐?" "없습니다." "이게 무슨 까닭인지 너는 알고 있느냐?" "혀가 아직 그대로인 것은 그것이 부드럽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빨이 빠지고 없는 것은 그것이 너무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와 같다."

결국 '온유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땅을 차지할 것이다'라는 말이다. 오늘 오전은 "들길에 서서",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서 항상 푸른 하늘이 있"음을 보리라.

들길에 서서/신석정

푸른 산이 흰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서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거니ㅡ

*산상수훈 팔복(八福)
①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②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③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④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⑥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⑦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⑧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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