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도 이젠 빨간 입술을 보고, 정령들과 함께 춤추고 싶다. 난 너무 따진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1. 22. 11:34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빨강을 프랑스어로 'rouge(후즈)'라고 한다. 여기서 예쁜 여성들의 입술에 바르는 '루즈'라는 말이 나왔다. 난 너무 진하게 바른 빨강 입술을 싫어한다. 그런 입술은 무섭다. 난 거기서 "모든 불꽃들의 빨간 정령들"을 보기 때문이다.

난 거기서 산수유의 빨간 열매를 보기도 한다. 생명체의 생물학적 존재 이유는 번식이다. 생명체가 번식이라는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짜내는 묘책은 정말 대단하다. 열매가 어미 나무를 떠나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물에게 아예 먹히는 것이다. 열매는 어미를 떠날 때쯤 되면 붉은 색으로 변하여 동물이 빨리 자기를 먹어 주기를 바라는 신호를 보낸다. 난 빨간 입술에서 그 신호를 읽는다.

시인은 오히려 "빨강 담쟁이덩굴과 함께" 심장이 두근거리니 살 만하다고 한다. 나도 이젠 빨간 입술을 보고, 정령들과 함께 춤추고 싶다. 난 너무 따진다.

빨간 담쟁이덩굴/정현종

어느 새 담쟁이덩굴이 붉게 물들었다!
살 만하지 않은가, 내 심장은
빨간 담쟁이덩굴과 함께 두근거리니!
석류, 사과 그리고 모든 불꽃들의
빨간 정령들이 몰려와
저렇게 물을 들이고,
세상의 모든 심장의 정령들이
한꺼번에 스며들어
시간의 정령, 변화의 정령,
바람의 정령들과 함께 잎을 흔들며
저렇게 물을 들여놓았으니,
살 만하지 않은가, 빨간 담쟁이덩굴이여,
세상의 심장이여,
오 나의 심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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