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로(spero), 스페라(spera)"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 사진은 지난 제주 여행중에 우도라는 섬에서 찍은 사진이다. 바다를 보지 않고, 제 그림자만 응시하고 있다. 이 사진을 보다가 오늘 아침 시를 기억하고 공유한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는 시 제목 하나로도 따뜻한 위안이 된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아무리 외롭고 아파도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 싶어 진다. 저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것은 다 혼자라고 하지 않는가? 인간은 본질적으로 무상(無常)의 바다에 떠 있는 고독한 존재다. 그것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때 내 마음 속에서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난다. 외롭게 응시하고 있는 말아 슬퍼 마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은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보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너머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다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 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큰 위안이 되는 시이다.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수많은 세월 너머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다 혼자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보면서 드라마 <대장금>의 OST "하망연(何茫然)"이 생각났다. 아침에 자주 듣는 노래이다. 바리톤 고성현이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바람에 지는 아련한 사랑/별헤예(벼랑 끝에) 지듯 사라져 가나/천해를(천년을) 괸들(사랑한들) 못다할 사랑/청상(맑은 서리)에 새겨 미워도 곱다/높고 늘진 하늘이 나더러 함께 살자 하더라/깊고 험한 바다로 살아우닐(울고 다닐) 제 사랑은/초강(커다란 강)을 에워 흐르리"
"청상(淸霜, 맑은 서리)에 새겨 미워도 곱다." 새벽에 하얗게 내린 서리 위에 새겨 놓는다는 것은 아름답고 보기에 좋지만 아침 해가 뜨면 점점 녹아 사라져 없어진다. 그리고 "살아우닐(울고 다닐)"은 먼저 간 사람과 같이 하지 못한 산 자의 아픔과 한이 담겨 있는 말이다. 같이 죽어야 하는데 살아 있어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제 그림자에 시선을 박은 말이 "하망연"하다.
"하망연"이란 말은 '얼마나 망연한가?' 란 뜻이다. '사별의 아픔'을 표현하는 말로 사랑하는 사람 또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가 먼저 죽었을 경우 가슴이 몹시 아플 것이라는 뜻으로 이미 죽어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애뜻한 마음의 표현이 같이 죽었어야 하는데 살아서 느끼는 감정"을 말하는 것이다.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 나는 잘 모르는 300 여명과 함께 있는 카톡이 여러 개 있다. 거기서 좋은 정보를 만난다. 오늘 아침은 Roby Facchinetti가 부르는 "Rinascerò(리나세라 I will be reborn) Rinascerai(리나세라이 You will be reborn)" "나는 부활하리니, 너도 부활하라"는 칸소네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이탈리아의 베르가모라는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죽은 사망자를 추모하고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하여 현지 작곡가 만들어 베르가모 시민병원에 헌정했다고 한다. YOUTUBE를 통해 조화하여 들으면 광고료와 저작권 등 모든 수입이 베르가모의 의료 붕괴를 돕기 위한 기부금으로 모아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걸 잃은 다산 정약용을 일으켜 세운 다음의 7 가지 말로 우리 다 같이 부활했으면 하는 마음에 공유한다.
1. 인간은 지식이 아닌 태도로 증명한다.
2.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책상부터 정리하라.
3. 몸을 단단히 하고 싶다면 말부터 단단히 단속하라.
4. 익숙한 사이일수록 예의를 다하라.
5. 가르침은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등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6. 누구나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고 딸이다.
7. 가장 빠른 지름길은 지름길을 찾지 않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를 한때 세상은 이름보다 천재라고 불렀다. 그의 생각은 세상을 바꿨고, 글은 세상이 되었다. 그렇게 그는 기적처럼 인생의 정점에 올랐고, 거짓말처럼 곤두박질쳤다. 그가 이룬 성취들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엔 수감자가 되어 있었다. 20년을 흘려 보낸 다음 고향으로 돌아온 다산은 이제 더 이상 천재도 아니고 젊지도 않았다. 그는 벼랑 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나리라"
죽어야 다시 태어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정체되는 구간이 있다. 남들은 모두 달리는데 마만 멈춰선 그 초조한 순간,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그만 주저 않을 것인가? 그럼에도 나아갈 것인가? 다산의 선택은 자신 앞에 놓인 남루한 생을 마주하며 절망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았다. 다신이 두려워했던 것은 정체된 채로 늙어가는 것이었다. 다산은 생각했다. "어른이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성숙해지는 존재이다." 나도 이런 태도로 남은 생을 살 생각이다. "Rinascerò(리나세라 I will be reborn) Rinascerai(리나세라이 You will be reborn)" "나는 부활하리니, 너도 부활하라"
"스페로(spero), 스페라(spera)"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너도 희망하라"라는 말이다. 이 말은 '나는 숨쉬는 동안 희망한다'는 라틴어 'Dum spiro, spero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라틴어 한 구절에 'Dum vita est, spes est'가 있다. 이 말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요즈음처럼 어울리는 다른 문장은 없다. 살아 남아,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그러니 "Rinascerò(리나세라 I will be reborn) Rinascerai(리나세라이 You will be reborn)" 이다. "나는 부활하리니, 너도 부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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