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를 수련한 적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하기에 급급하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의 아침 글쓰기 시간은 정적(靜寂)의 시간이다. 나비가 되기 위한 애벌레의 시간이다. 고치안에 있는 애벌레는 죽은 것이 아니다. 나비로 태어나기 위해 움직이지 않기로 작정한 것일 뿐이다. 정적의 시간은 듣는 시간이다. 그것도 경청하면서. 무엇을? 자신을 유혹하는 외부의 소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듣는 때이다. 이를 멋지게 표현하면, 마음의 귀로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 시간이다. 머리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다. 듣기 위해 침묵하는 시간이 정적이다.
듣기와 말하기는 서로 배타적이라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다. 듣기를 수련한 적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하기에 급급하다. 정적은 침묵하는 시간이다. 이 때 침묵은 그냥 나중에 보다 더 감동적인 말을 하기 위한 준비 시간일 뿐이다. 실제로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경청을 통해 무아(無我)의 경지로 들어가야 가능하다.
영어의 hear와 listen은 다르다. Hear는 자기 중심적이고, listen은 타자 중심적이다. 전자는 낮은 단계의 듣기이고, 자신에게 익숙한 말만 취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요구를 헤아릴 수 없다. 이런 들음은 자신의 아집과 편견을 강화할 뿐이다. 반면 listen은 상대방의 말에 나의 귀를 갖다대는 노력이 필요한 행위이다. 그래 전치사 to가 대상에 놓인다.
자신의 심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고,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수련을 거친 사람은 정적을 통해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고요한 울림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진 하나, 시 하나는 이 책을 따라가며, 아침의 화두로 삼을 예정이다.
오늘 아침의 화두는 '완벽(完璧)'이다. 완벽의 한자에서 벽자가 '둥근 옥', '구슬' 벽(璧)자이다. 그래 완벽의 사전적 정의는 "흠이 없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완벽 그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흠', '틈'을 더 좋아한다.
인디언들은 구슬로 목걸이를 만들 때 살짝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는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고 부른다. 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잘 짠 카펫들에 흠을 하나 남겨놓는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른다. 더 편리하고, 더 완벽하고, 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것만이 인간을 행복하게 한다는 생각은 어리석음이다. 행복은 자기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풍요로운 감정이다. 행복은 완벽하게 갖춰진 인공적인 조건보다는 여유와 소통으로 얻어지는 감성의 충만이고, 모자람에서 풍요로움을 추구할 줄 아는 여유에서 나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철현 선생은 "완벽이란 완벽에 대한 추구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완벽 추구는 "가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다. 완전무결(完全無缺)하다는 완벽은 내가 다가가는 만큼 도망가는 신기루(蜃氣樓)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그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예로 든다. 조나단은 완벽한 그리고 최선의 갈매기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준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비행(飛行)이 아니라 음식(飮食)이 자신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조나단은 다르다. 그 갈매기에는 먹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비행이 중요하다. 아버지도 비행의 목적은 먹이를 찾는 것이지, 비행 자체가 아니라고 그를 나무란다. 그러나 조나단은 반복된 비행 연마를 통해 비행 기술의 한계를 조금씩 확장해 간다. 그건 단지 호기심 때문이다. 그는 가능의 한계를 알고 싶었다. 물론 그는 언제나 경계를 확장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조나단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을 나온 죄수와 비슷하다. 그는 동료 갈매기들에게 배를 따라다니며, 어부들이 버린 물고기 머리를 먹으며 연명할 필요가 없다는 '복음(福音)'을 전한다. 그런데 그런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은 항상 배척을 당한다. 조나단이 슬픈 것은 자신이 소외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동료들이 완벽한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잠재성을 찾지도 않고 훈련시키지도 않아 발휘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이 행복하고 보람이 있으려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한 가지를 찾아,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올리려는 매일매일의 수련 속에 있어야 한다. 갈릴리 호숫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자신의 식구만 먹고 살리던 시몬에게 예수가 말했다. "깊은 곳으로 가라!" 미 말을 풀어 쓰면, "당신은 최선이 발휘되는 가장 깊은 심연으로 자신을 몰아 넣은 적이 있습니까?" 시몬이 깊은 곳으로 가자, 그는 베드로가 되었다. 이 베드루의 뜻이 '반석(盤石)'이다. 그래 한국에는 반석 교회가 많은 것이다.
더 잘 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저 하늘에 존재한다. 그것을 시도하는 갈매기를 기다릴 뿐이다. "찬란하게 비행하는 방법을 배우십시오, 그것이 당신이 짧은 인생동안 시도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고 조나단은 말한다. 완벽이란 완벽 그 자체가 아니라, 완벽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다.
인생은 매일 매일의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나에게 절실한 한 가지에 몰입하여 쌓이는 것이다. 어제 밤부터 천둥을 동반한 가을비가 내렸다. 나무 가지에 매달린 몇 안되는 잎들이 다 떨어졌다. 우리들의 삶, "인생"도 떠날 땐 묵묵히 떠나야 한다.
인생/이기철
인생이란 사람이 살았다는 말
눈 맞는 돌멩이처럼 오래 견뎠다는 말
견디며 숟가락으로 시간을 되질했다는 말
되질한 시간이 가랑잎으로 쌓였다는 말
글 읽고 시험 치고 직업을 가졌다는 말
연애도 했다는 말
여자를 안고 집을 이루고
자식을 얻었다는 말
그러나 마지막엔 혼자라는 말
그래서 산노루처럼 쓸쓸하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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