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의 차이는 삶의 경험과 직관에서 비롯된다.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오후는 말로만 듣던 그 '황산벌'에서 낮술을 했다. 그리고 들판에 나와 찍은 사진이다. 나는 감나무를 볼 때 애잔하다. 오늘 아침 시처럼, "참 늙어 보인다/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그리고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애처롭다. 나는 세상에서 희생이라는 말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감나무라고 본다. 자기 것을 다 쏟아내고, 비우면서 저 붉은 열매, 감을 세상에 보내는 것이다.
연일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가 인문운동가의 눈에 들어 온다. 우선 배철현 교수가 거의 매일 올리는 <배철현과 함께 가보는 심연>이라는 페이스 담벼락의 어제 내용도 눈길을 잡았다. 몇 가지 공유한다. 우선 그도, 나처럼, 트럼피즘, 즉 '트럼프주의'에 마음 아파했다. 그는 "'트럼프주의'는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에 미국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닌 권력 남용을 통해, 인류 진보를 막는 야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배교수는 조 바이든의 안목(眼目)을 알아보았다. 난 안목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좋고 나쁨 또는 진위나 가치를 분별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안목은 사물을 보는 시선일 텐데, 그것은 무엇엔 가 순수하게 집중하고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갖추게 된다. 같은 사물을 보아도 어떤 이는 가격이 얼마인지 가늠하고, 어떤 이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는다. 똑같은 눈을 가졌 어도 안목에 차이가 있기 때문 같다.
이건 법정스님이 한 말이다. 안목의 차이는 삶의 경험과 직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결코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법정 스님은 집중과 몰입을 말씀하셨는데, 여기에 '순수한' 이라는 기본 전제를 덧붙이셨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순수한 집중과 몰입, 순수한 것에 대한 집중과 몰입, 그것이 직관을 높이고 안목을 키운다고 본다.
배교수는 조 바이든의 안목을 보았다. 그가 정의하는 안목은 "누구나 보려는 것을 내가 먼저 보려는 욕심이 아니라, 남들이 이기심에 빠져 지나치는 것들, 남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안목은 드러나는 것을 보는 알아차리는 민첩이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것, 즉 은닉되었지만 근본적이며 중요한 것을 발견하려는 인내이며, 그것을 응시하여 발휘하는 내공"이라 했다. 배교수는 다른 글에서 "지금-여기에서 나에게 최선인 것을 알아내는 능력이 안목(眼目)이라면, 그 혜안을 감히 실행하려는 행위가 용기(勇氣)이다. 안목과 용기를 가지고, 우리는 선택을 하여야 한다. 배철현 선선생에 의하면, 하루는 취사선택(取捨選擇)을 수련하는 훈련장이라고 했다.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데, 안목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하루는 그걸 훈련하고 수련하는 도장(道場)"이라고 말했다.
오늘도 그 안목을 위해 나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쓴다. 오늘은 어제 만난 감나무를 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민복 시인이 쓴 <감나무>라는 시를 택해 공유한다. 어제 내가 첫눈에 이끌린 감나무를 찍은 것이다. 황산벌에서.
감나무/함민복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름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배교수는 조 바이든의 두 가 지 안목을 지적했다. 하나는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선택한 것과 다른 하나는 '미국의 영혼'을 회복하지는 그의 연설에서 그의 안목을 보았다. 나도 어제 아침 글쓰기에서 그걸 지적했다. 어제 11월 9일자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에서 많이 이야기 했다.
오늘은 조 바이든이 연설에서 말한 성경의 <전도서> 이야기를 하려 한다. "건설하고, 추수하고, 씨를 뿌리고 치유할 때"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조 바이든 생각하는 영혼 회복이란 "미국의 중추인 '중산층 재건'과 미국을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배교수도 읽었다. 더 나아가 영혼의 회복이란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서 품위를 회복하고 민주주의를 소중하게 여기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나는 조 바이든의 연설을 듣고,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배교수에 따르면, 바이든 연설의 핵심은 "미국을 '다양한 가능성'으로 정의한 것이었다. 나는 이 가능성을 희망으로 본다. 사실 희망(希望, 프랑스어로는 espoir)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그리고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 또는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교수가 보는 가능성이란 "누구나 자신의 꿈을 찾아,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희망이다. 가능성이란 현재의 자신에 안주하고, 타인과의 다른 점을 비교하고 경쟁하고, 혹은 비난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가능성이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선한 천사'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나는 늘 "희망으로 가득한 가능성"을 꿈꾸며 산다. "가장 마지막에 죽는 것이 희망이다."라는 독일어 문장이 있다. 나는 '주'님을 모실 때마다, 이런 건배사를 한다. 내가 '스페로!(spero!)'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페라(spera)'라 외치게 한 후 마신다. 그 뜻은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너도 희망하라!'이다. 이 말은 '나는 숨쉬는 동안 희망한다'는 라틴어 'Dum spiro, spero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라틴어 한 구절에 'Dum vita est, spes est'가 있다. 이 말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요즈음처럼 어울리는 다른 문장은 없다. 살아 남아야 한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기 때문이다.
감나무를 보면서, 어제 오전에 읽은 윤정구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의 다음과 같은 내용을 떠올리며, 내 몸은 다 스러져도, 가을 하늘에 저 붉은 열매를 매달리게 하는 감나무에서 나는 나의 죽음을 읽었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다른 점은 인간의 뇌는 모든 정보를 컴퓨터처럼 차곡차곡 쌓아 놓고 시계열적으로 기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인간의 뇌는 과거 현재, 미래를 스토리로 구성해서 기억하고 이 스토리의 마지막 결론에 따라 삶을 평가한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 순간이다. (…)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가 죽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남기고 싶은 보편적 열망이다."
"결말이 행복하면 이전의 모든 고난은 이 행복을 위한 전주곡이 된다. (…) 가장 행복한 말년의 대본은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더 나은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남긴 것이다. 내가 세상에 다녀갔기 때문에 세상이 더 행복해지고, 더 건강해지고 더 깨끗해 졌음을 깨닫게 하는 대본이 최선의 대본일 것이다. 이 대본의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과감하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기게 한 대본이 최고의 대본일 것이다." 내 삶의 대본을 고민해 본다. "삶의 행복은 자신의 삶의 결론에 대한 대본을 자신이 작가가 되어 쓰고, 이 대본의 주연을 자신이 자청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행운"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내 삶을 내가 주인공으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살다 보면, 그런 플랫폼이 생기고, 그 플롯폼으로 후세들이 이어가는 것이다.
바이든은 자신의 연설에서 성경의 <전도서>의 농부의 삶을 인용해 가며, "씨를 뿌려야 할 때와 길러야 할 때 와 추수할 때가 있음"을 이야기 했다. "바이든은 77세에 주연으로 열매를 맺기 오래 전에 주연 배우로서 씨앗을 뿌렸음을 시사한다. 77세는 씨앗을 뿌리는 시기 보다는 열매를 거두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바이든을 통해, 오늘 아침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인지 배운다. 삶은 끝이 좋아야 한다. 감나무처럼, 세상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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