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배제는 외연을 좁히고, 포용은 영토를 확장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1. 9. 13:26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트럼프의 패배와 바이든의 승리는 우리에게 '금 긋기의 배제'를 이젠 멈추라는 메시지이다. 이 금 긋기와 몰아내기가 배제의 논리다. 이제까지 국가는 통치자와 귀족, 평민, 노예로 금을 그었고 종교는 불신자와 이교도, 이단으로 찢어 전쟁을 일으키고 파문하며 제거했다. 경제적 인간은 자본가와 노동자로 갈라 착취와 저항으로 대결 시켰고 독재권력은 그 비판자들을 반동과 역적으로 잡아들이고 자유로운 현대 학문조차 찰스 퍼시 스노의 <두 문화>에서 보듯 과학과 인문학의 상호 무지로 배척한다. ‘자유롭고 평등하고 아름다운’ 인간적 삶’은 금기와 무지, 몽매와 편협이 빚는 ‘배제의 논리’로부터 이해와 관용, 연대와 제휴의 ‘포용의 논리’로 살 만한 세상을 향해 진화한 모습일 것이다. 이게 우리 인간의 영혼일 것이다.

조 바이든이 선거기간에 내걸었던 슬로건이 "The battle for the Soul of Nation"이었다. 미국의 영혼을 다시 살려내자는 것이었다. 그건 배제의 논리보다 포용의 논리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미국의 영혼을 위한 싸움은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민족 사람들이 이민국가라는 정체성을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생겼든, 어디서 왔던, 무슨 배경을 가졌든, 누가 누구를 사랑하든 미국의 헌법가치를 존중하면 다 훌륭한 시민으로 환대하는 정신 말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미국의 헌법정신을 존중해가며 공존, 공생, 번성을 구가할 수 있는 새로운 협업의 운동장을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미국을 좋아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트럼프는 달랐다.

인문학적으로 보아도, 배제는 외연을 좁히고, 포용은 영토를 확장한다. 배제와 포용의 논리가 극명한 세계사적 대조를 보인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즈음의 독일과 미국의 경우로서, 우생학적 순혈주의자 히틀러는 인류사에서 유대인을 말살하려 홀로코스트를 자행했고, 이민들로 건국한 미국은 반유대주의로 쫓겨난 숱한 난민들과 함께 들어온 2천명 이상의 고급한 두뇌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가 독일의 참담한 패전과 미국의 최강대국 비약이었다.

언론들은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강력한 '트럼프와 대 반 트럼프' 구도에서 치러졌다고 말한다. 분열적 언행을 쏟아내고 국제 사회에서의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린 트럼프를 몰아내지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언론들은 트럼프의 편가르기, 금 긋기의 배제 논리와 돌발 행동에 지친 유권자들이 오히려 개성은 약하지만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대통령을 원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어제 또 나를 감동시킨 포용의 논리는 바이든의 부통령으로 여성이지 흑인, 인도계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를 둔 이민자 가정 출신인 카멀라 해리스를 선택하고 당선된 사실이다. 그녀가 했다는 수락 연설은 감동적이었다. "제가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첫 여성이지만 제가 마지막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소녀들은 우리나라가 가능성의 국가라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든간에 야심을 가지고 꿈을 꾸러.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리드해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내 안에 있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실현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 주고 싶습니다."

이 연설에서 카멀라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소개하는 역할로 나왔지만 자신의 이야기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 대해 상당히 길게 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민주주의는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다'라 말한 고 존 루이스 조지아 의원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주어진 게 아니라 행동을 통해 얻어내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보장된 게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것을 위해 싸우려는 우리의 의지만큼 강하다"라며 "그것(민주주의)를 지키고 결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데에는 희생이 따르지만 거기에는 기쁨이 있다. 또한 진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의 바로 그 민주주의가 이번 선거에 달려 있었다. 미국의 영혼이 달려 있었다"며 "세셰가 여러분이 미국의 새로운 날을 여는 것을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연설 전문을 읽으며, 인문운동가로서 짜릿함을 경험했다.

오늘 아침 사진 두 개이다. 하나는 그 두 분의 사진이다. 축하 드린다. 영혼이 있는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길 바란다. 오늘 아침 시는 곽재구 시인의 <은행나무>이다. 내가 일하는 동네의 골목길은 노란 은행나무가 절정이다. 두 번째가 어젯밤에 은행나무 밑에서 찍은 것이다.

은행나무/곽재구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들 읽어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게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11월의 둘째 월요일이다. 이번 주도 행복하고 싶다. 노자의 행복론은 "치허극, 수정독(治虛極, 守靜篤)"이다. "욕심을 버려 마음을 비우고, 맑고 고요한 상태를 굳세게 지켜라"는 뜻이다. 사실 욕심을 비우면 존재가 채워지고, 고요함을 지키면 삶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소유하려는 마음을 비우면, 그 양만큼 존재가 자리한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추구하는 목표는 원하는 것을 얻는 일이다. 문제는 근데, 그걸 얻었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 만족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목표를 찾아 나서는 첫 마음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거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는 우리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없다. 그래 오늘 오후는 계룡산 자락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님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목표를 끝내 달성하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도 날마다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과정 자체에서 기쁨을 갖고 즐겨야 하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우선 나 자신을 위해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어야 한다. 혜민 스님이 말하는 행복의 조건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이다.
- 비교하지 말고 감사해라! 경쟁에 익숙한 우리는 항상 남과 비교하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면 상대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자꾸 끄집어내게 된다. 그러면 프레임이 단점에 꽂혀 세상 전체가 단점으로 가득 차 보인다는 것이다.
- 멈추고 감상해라! 멈추지 않으면, 아니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 내 몸을 사랑해라!  오른 손을 심장이 있는 가슴에 올려 두고 토닥이면서, 이 모믕ㄹ 함부로 썼는데 함께 해 줘 고맙다고 말한다. 나를 사랑할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다.

행복은 찾아 나서면 파랑새처럼 멀어지지만, 찾기를 멈추면 행복이 보인다고 했다. 그래 혜민 스님은 자주 멈추라 한다. 그래 오늘 오후는 좋아하는 선배님들과 계룡산 자락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헤르만 헤세의 <행복>이라는 시를 공유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한/당신은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가장 사랑하는 것이 모두 당신 것일지라도.//잃어버린 것을 한탄하고/목표를 가지고 초조해 하는 한/당신은 평화가 무엇인지 모른다.//모든 소망을 단념하고/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세상의 물결은/당신 마음을 괴롭히지 않으며/당신의 영혼은 비로소 쉬게 된다."(<행복>/헤르만 헤세)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미 행복에 대한 이미지, 행복에 대한 관념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해진 그 행복을 쫓는다. 이보다는 행복을 생산하는 존재가 되어야 행복하다.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행복을 창조하는 존재가 되어야 행복하다. 우리의 행복을 갖는 것이 아니라, 내 행복을 생산해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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