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대추 한 알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1. 5. 12:35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꼭 공유하고 싶은 시이다. 지금은 대추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알이 너무 크다. 내 어린 시절에 비하면. 내 아버지는 대추나무에 염소를 묶어 놓으라고 늘 말씀하셨다. 나무가 힘들어야 열매가 튼실해진다는 이유였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겉절이 인생을 살까 아니면 김치 인생을 살까?, 그건 김치가 맛을 제대로 내려면 배추가 다섯번을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 선택되는 일이다. 배추가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 통배추의 배가 갈라지면서 또 한번 죽고, 소금에 절여지면서 또 다시 죽고, 매운 고추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돼서 또 죽고, 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혀 다시 한번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낸다. 성질을 죽이고, 고집을 죽이고 편견을 죽여야 김치인생을 살 수 있다. 평탄하고 기름진 땅보다 절벽이나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꽃이 더 향기롭고, 늘 따뜻한 곳에서 자란 나무보다 모진 추위를 견딘 나무가 더 단단하고 푸르다. 한 알의 대추가 그렇게 살아낸 것이다.
대추 한 알/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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