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외부의 힘은 이미 마지막 숨을 쉴 때 처들어 온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1. 2. 15:40

9년 전 오늘 글입니다.

'참나'를 찾는 여행

모든 망조의 뿌리는 자체에서 자란다. 그러니까 스스로 망하는 것이다. 외부의 힘은 이미 마지막 숨을 쉴 때 처들어 온다. 외부의 힘은 자명해가는 맥박이 약해진 숨결을 딛고 이미 승리한 상태로 들어온다. 이것을 침략이니 외침이라고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라는 최진석 교수의 글에 동의한다.

고치지 못하는 나쁜 습관
절제되지 않은 욕망
갇힌 사고
시대의 르름을 외면하는 오만함
같은 방법만 고집하는 꽉 막힘
불친절
질투
혼자만의 선의지
호기심 소멸

스스로 비효율성을 쌓다가 자신이 고갈되어 가는 줄도 알아채지 못한 채 어느 순간 무너져버린다. 모든 패망은 스스로 자초하는 경우가 십중팔구이다. 모든 패망은 그 전 과정을 당사자들이 아는 가운데 벌어진다. 역사의 많은 경우를 보면, 다 자기가 망해가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면서 망해갔다. 망하기 훨씬 전부터 그 징조는 나타나고, 또 그 징조에 대해서 내부의 걱정과 문제 제기들이 일어난다.

왜 망하는가? 비효율이 쌓여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왜 효율성을 상실하는가? 흐름에 맞춰 변하지 못해서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맞춘다는 것은 시대의식을 포착한다는 뜻이다. 시대의식을 포착한다는 말은 그 시대에 맞는 절적한 아젠다를 세운다는 뜻이다. 적절한 아젠다를 세우지 못하면 시스템 위에서 이리저리 부유할 뿐이다. 여기서 '착각'이 일어난다. 시스템의 한 귀퉁이를 잡고 이리저리 부유하면서도 그 부유를 부유로 알지 못하고, 마치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철학적으로 '자각한다'는 말이 이런 착각으로부터 깨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자각, 아니 각성이 없다면 지성조차도 자기 프레임에만 갇혀서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변화를 실행하지 못한다.

최교수에 의하면, 우리 나라는 시대의식에 따른 아젠다에 성공하였다고 본다. 건국-산업화-민주화를 완수하면서 중진국 상위 수준까지 도달했다. 문제는 그 다음의 아젠다이다. 최교수는 선진화를 말한다. 이 선진화라는 벽은 이전의 아젠다와는 다르다. 이 벽을 넘으려면 창의적이어야 하고 인문적이어야하고, 문화적이어야 하고 독립적인 활동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문화연대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앞의 아젠다가 구체적이고 앞선 선례들이 있었다면, 이 선진화의 아젠다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설득도 어렵고 힘의 결집도 쉽지 않다.

이 어려운 벽을 넘으려는 시점에서 스텝이 꼬이고 있다. 왜? 각자 자기 프레임에 갇혀서 자기 자신이 낡고 병든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프레임으로만 세계를 볼 줄 알지, 유동적 세계 안에서 미래를 향한 아젠다를 설정하는 지성적 능력을 보여주 못하고 있다. 누가 되었든 신념화된 자기 소리만 계속 해대는 사람은 지적이지 않다.

지성의 파멸에 환멸을 느낀다. 공과 사도 구분 못하고, '강남 사는 한 아낙네'에게 굽실거리는 대한민국의 고급 인재들의 지성의 파멸에 환멸을 느낀다. 자신의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 없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그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이젠 고리타분한 원로들이 빠져야 한다. 낡고 지친 피를 젊고 새로운 피로 바꾸는 도전이 필요하다.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어차피 바닥을 쳤으니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인문학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정의가 바로 서고, 우리들은 하늘 아래 어느 곳에서도 통하는 '덕'인 '지혜, 사랑, 용기'를 길러야 한다.'지혜'로 나와 남, 모두에게 이로운 선을 택할 것이며, '사랑'으로 이 선을 굳게 밀고 나가서 나와 남, 모두를 이롭게 하고, '용기'를 가지고 나날이 지헤와 사랑을 키워가는 인문학이 회복되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좋은 리더가 나온다.

우리 나라를 지켜온 것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모든 국민들이다. 대통령이 아니다. 그래서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다.

11월이 찬바람과 함께 다가 왔다. 지난 10월 말은 <대전 아시아와인트로피>심사와 <2016 대전국제와인페어> 행사로 페북에 글을 올릴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까 나 혼자 나 자신과 대면할 시간이 없었다. '참나'를 만난 시간이 없었다. 사는 것이 깽있지 못하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다가 맞은 11월은 찬바람과 함께 마음을 가난하게 하는 현 시국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간다. 그럴 때일수록 시를 읽어야 한다. 마음이 가난할 때는 시를 읽으면 좋다. 마음에 생기가 돋아나기 때문이다.

11월/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때뿐이다
상강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눞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산다.
해를 받는다.

11월/이호준(폐북에서 만났다.)

11월이 괜히 11월일까
가난한 사람끼리 따뜻한 눈빛 나누라고
서로 안아 심장 데우라고
언덕 오를 때 밀고 끌어주라고
그리하여 끝내 사랑하라고
당신과 나 똑같은 키로
11 나란히 세워놓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