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듣기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올 10월은 유난히 꽃 같은 가을이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다 흔들고, 잊어진 계절로 지나갔지만, 이번 가을은 코로나로 인해 청명한 가을 하늘을 실컷 누릴 수 있다. 그건 또 다른 하나의 선물이었다. 하늘이 맑아서인지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조차도 쓸쓸하지 않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오늘이 이런 10월 마지막이고, 내일부터 11월이다. 나태주 시인은 11월을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오늘은 토요일인데, <우리마을대학> 제7 천연DIY 대학에서 <가을 향기 듬뿍 담은 타블렛 방향제 만들기> 체험 강의가 있다. 그리고 각 대학의 학장님과 원하는 주민들과 함께 와인 한 잔을 마시면서, 10월 마지막 밤 행사를 할 생각이다. 어제부터 웬디 제하나라 트레메인(황근하역)의 <좋은 인생 실험실(소비자로 살기를 멈추고 스스로 만들어 살아가기)>이란 책을 읽고 있다. 책 표지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도 일단 시작 하라"는 말과 함께 만화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책을 펴면, 삶은 현실로 나타나기 전에 상상 속에 먼저 있답니다. 아름다운 것을 상상하세요." 이런 글이 적힌 그림이 나온다. <우리마을대학>을 만들면서, 나는 상업주의와 물질주의, 마케팅의 영향력 따위에 메이지 않은 아예 다른 종류의 삶의 방식을 상상하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이 야기를 공유할 생각이다.
매주 토요일 마다 하는 와인 이야기 전에, 지난 주에 알게 된 삶의 지혜 한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박산호 번역가의 "마음으로 듣기"라는 칼럼에서 읽은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한 후, 그녀는 강형욱의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라는 책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녀가 알고 싶었던 건 대충 이런 정도였다. 먼저 집안 아무데나 배변 실수를 해서 내 일이 몇 배로 늘어나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법, 사람을 물지 않게 하는 법, 시끄럽게 짖어서 이웃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법, 산책을 잘 시키는 법 등.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나 자신이 편한 방법을 익히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기대는 책을 읽으며 박살 났다고 한다. 책 제목에서 예고했듯 작가는 개를 키워선 안 되는 사람들에 대한 사례부터 들면서 훈련하려 하지 말고 먼저 강아지의 생리와 습성을 배우고, 무엇보다 강아지의 마음을 알아 줘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애정과 관심을 쏟으며 같이 살아가는 생명이지 인간의 편의에 맞춰 훈련시키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강아지 대신 다른 사람을 대입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소통의 핵심이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의지와 관심, 상대의 마음에 가 닿으려는 정성, 상대의 이해 속도에 맞춰 소통하는 배려이다.
오늘 아침 사진은 매일 다니는 산책길인데, 해질 무렵에 찍은 것이다. 저 건너 산이 단풍으로 불이 난 듯하다. 시는 서정적인 시를 공유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하는 와인 읽기는 시를 읽은 뒤로 미룬다.
10월은/박현지
시월은
내 고향이다
문을 열면
황토 빛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어머니
하늘엔
국화꽃 같은 구름
국화 향 가득한 바람이 불고
시월은
내 그리움이다
시린 햇살 닮은 모습으로
먼 곳의 기차를 탄 얼굴
마음 밭을 서성이다
생각의 갈피마다 안주하는
시월은
언제나 행복을 꿈꾸는
내 고향이다.
그런 10월을 올해는 잘 즐겼다. 아쉽다. 벌써 11월로 넘어간다는 것이.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디지털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박현지 #복합와인문화공방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