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 3락(君子三樂, 즐거움)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늘의 화두를 생각했다. 그러다가 글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나가는 <대덕몽> 모임을 하고, 치과 예약을 기다리며, 한 카페에서 글을 쓴다. 창 밖은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거리는 노란 은행 나무가 꽃 같다.
오늘은 '인간의 품격'에 대한 생각을 하고 싶다. 어제 읽은 배철현 교수의 다음 글이 어제 내 머리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삼성 제품의 품질을 이야기 하면서, "품질은 신비(神秘)이고, 전율(戰慄)이고, 매력(魅力)"이라고 했다. 나는 인간의 품격, 아니 명품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일반적인 기업가와 달리 혁신적인 기업가처럼, '명품' 인간의 품격도 "속세를 버린 사람처럼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신비에 휩싸여 생활한다. 그의 유일한 경쟁자는 미래에 이룩할 자기-자신이다. 그는 그런 자신을 발견하고 발굴하기 위해 더 나은 자신과 조우하는 숙고의 시간을 삶의 가장 중요한 우선 순위에 둔다." 그런 사람은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지신의 길을 간다. 그런 사람은, 일반 기업가와 다르게,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는다.
배철현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말하는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품질은, 소비자의 상상을 자극하고 그의 마음에 신선한 동요를 가져오기 때문에 전율이라고 했다. 흔히 전율이란 '몸이 떨릴 정도로 감격스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는 언제 전율하는가? 배교수에 의하면, 전율이란 "마치 자신이 그렇게도 올라가고 싶은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조망하는 기쁨이자 환희"라고 했다. 나의 경우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을 갖추었을 때이다. 높은 시선을 갖춘 사람이 감동하는 것은 "사실 그가 바라본 발 밑 세상이 아니라. 그곳까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올라온 자기-자신"(배철현) 때문인 것이다.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를 보게 되면, 우리는 감동으로 전율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품질이란 "마치 첫사랑의 얼굴처럼 자꾸 보고 싶고 저절로 생기는 매력이다. 매력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이다. 배교수는 "매력의 영어 단어 'attraction'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어트랙션은 '-을 향하여'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 'ad'와 '길'이란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트랙(tract)'의 합성어다. 트랙이란 자신이 완주해야 할 자신만의 여정이다. 자신의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에서 자족하면서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는 평온한 삶이 바로 매력이다. 한 마디로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걷는 사람은 매력적인 것이다. 배교수는 매력은 "저 하늘의 별보다 반짝이는 내 마음 속의 별이며. 그 별을 소중하게 밖으로 내뿜는 아우라"이라고 말한다.
『중용』은 이렇게 시작한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하늘이 우리에게 본성을 주었는데, 다시 말하면 인간의 격을 말해 주었는 데, 그 본성을 따르는 것이 '길(道)'라 했다. 그 길은 우리가 인간으로 품격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날들이 그 '길(道)'라고 본다. 그리고 그 '도'를 잘 '다듬고 기르는' 것이(修道가) 교(工夫공부)라는 말이다. 그러니 인간은 인간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윤리적 결정의 순간에 감수성이 작동합니다. 그래 공부하는 마음으로 아침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쓰고 있는 것이다.
공자는 인간의 품격을 잘 갖춘 사람을 군자(君子)라고 한다. 군자로 나아가는 길은 『논어』의 첫 페이지에 말하고 있다. 흔히 우리는 이것을 '군자 3락(君子三樂, 즐거움)'이라고 한다.
1.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익히는 것이 인생에서 제일 즐겁다. 여기서 학습은 단순히 나의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내 영혼을 바꾸고, 내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나의 매력을 키우는 것이다.
2. 벗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온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여기서 벗은 '벗 우'가 아니라 '벗 붕'자이다. '벗 우'는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고, '붕'은 꿈과 뜻이 같은 친구들이다. 그런 '벗 붕'들과 함께 지내며 사는 것은 인생 두 번째 즐거움이다. 이건 전율이다.
3.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는다면 군자답지 않겠는가? 인부지이불온이,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이 말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지 연연하지 않고 내 일상을 유지하며 그저 묵묵히 내 삶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군자의 모습이다. 끝으로 이건 신비이다.
종합하면, 군자란 학습하는 인간, 같은 꿈을 꾸는 동지와 함께 사는 인간 그리고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자신의 길 유지하며 사는 인간이다. 물건의 품질처럼, 인간의 품격도 마찬가지로 신비이고, 전율이고 그리고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깊어 가는 가을 오후이다. 그래 가을 시 하나와 가을 냄새 나는 사진을 공유한다.
가을은 당신과 나의 계절/조병화
이제 나에게 필요치 않은 계절은 돌아갔습니다
당신은 아시다시피
가을은 못 견디는 나의 계절이올시다
험악한 이별을 항상 피하기 위하여 살아온 나
인내와 절망을 지속하는 나의 마음에
오늘은 맑은 나의 가을 하늘이올시다
무심히 사라지는 사랑과 스며드는 사랑
가벼운 여장에 계절은 바뀌고
가을이 내리는 밤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아
쉽사리 실망하실 것은 없습니다
외로움은 또 하루만 견디면 사라지는 것
가을에 싸여 맑은 밤에 싸여
빙빙 도는 명동 주점의 거리
나의 재산은 우정과 고독
이제 나에게
필요치 않은 계절은 모조리 돌아들 갔습니다
하나의 순간을 위하여 긴 세월이
이렇게 당신과 나 사이에 있었습니다
가을이올시다
가을은 못 견디는 나의 마음이올시다
다른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지난 월요일 인문학 강의에서 '어떤' 불편을 겪었다. 모두 다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받고 강의를 하다 보니, 수강생들이 내 말을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반대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쓸데 없는, 일상에서 실천이 불가능한 헛소리로 받아들이는 기분을 받았다. 인간과 침팬지 사이의 결정적 차이가 생긴 것은 얼굴에 털이 없어서 훨씬 복잡한 표정으로 많은 정보가 오간 덕분이라는 학자들의 이야기가 확 와 닿는다. 정신의학과 하지원 교수는 "코와 입까지 얼추 70%를 가리고 있으면 지금 내 앞의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은 들어오나 여기에 실린 감정은 반도 알아차리기 어려워, 이래저래 피로만 쌓인다"고 자신의 칼럼에서 말했다.
하교수에 의하면, 감정에 따라 얼굴 부위가 담당하는 영역이 다르다고 한다. 아이트래킹 기법을 이용해서 표정을 읽을 때 어느 부위를 주목하는지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 눈은 주로 분노, 공포, 슬픔을, 입은 즐거움과 혐오를 인식하는 데 중요했다고 한다. 그러니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잘 알아차릴 수 있는 건 화가 났거나 무서워하는 것 같은 강한 감정 뿐이다. 그 사이에 있는 행복 같은 좋은 기분이나 미묘한 불편한 감정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니 중간에서 상대가 만족하는지, 혹은 부담스러워 하며 “쟤 왜 저래” 하는 표정을 지을 때 재빠르게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전환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 말은 길어지고 언성은 높아지나 감정은 이미 상한 다음이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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