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단풍잎 또 하나 할랑거리며 떨어진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0. 27. 10:35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침 일찍 <과학을 품은 길에 가을이 오면, 탄동천 단풍길 걷기> 행사에 가서 예쁜 길을 걷고, 국수 한 그릇 먹고 들어왔다. 조락(凋落 초목의 잎 따위가 시들어 떨어짐)의 시간, 단풍잎 하나가 잔풍(殘風)한 대기 속에서 천천히 뱅글뱅글 맴돌면서 낙하한다. 그 뒤로 고추잠자리 한 마리 조용히 빗금을 그으면서 낙하한다. 잔디 위에 가볍게 앉은 고추잠자리, 네 날개를 가지런히 편 아름다운 자세, 날개들이 미약하게 바르르 떤다. 마지막 경련. 그리고 마침내 정적, 한 생애가 끝나는 순간이다. 단풍잎 또 하나 할랑거리며 떨어진다. “마시게! 네가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모르니, 마시게! 네가 왜 가야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니, 마시게!” (오마르 하이얌) 오늘 저녁에도 한 잔하고,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 길/ 지나온 자욱(국)마다 눈물 고였다/선창가 고동소리 옛 님이 그리워도/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나그네 설움>을 부르리라.
가을 원수 같은/정현종
가을이구나! 빌어먹을 가을
우리의 정신을 고문拷問하는
우리를 무한無限 쓸쓸함으로 고문하는
가을, 원수 같은.
나는 이를 깨물며
정신을 깨물며, 감각을 깨물며
너에게 살의殺意를 느낀다
가을이여, 원수 같은.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정현종
#와인비스트로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