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음의 쓸모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점심 먹고 딸과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오후엔 <장자>를 읽으면서 "쓸모 없음의 쓸모"애 대한 강의 준비를 했다. <장자>같은 고전은 우리의 얼굴을 씻겨 주고 단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거울을 들어주는 것이다. <장자>는 한 가지 체계적인 ‘인식 내용(cognitive contents)’을 제공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우리에게 ‘일깨움(evocativeness)’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도덕경>이 도(道)를 만물의 생성 변화의 ‘근원’으로 파악하고, 우리가 본받고 따라야 할 대상이나 결국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궁극적 귀착점으로 강조한 데 반하여, <장자>는 도를 무궁한 생성 변화 그 자체로 파악하고, 그 근원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그냥 그 변화에 몸을 맡겨 그대로 흘러가는 삶을 더욱 강조하였다. 모든 것은 우주 전체의 조화로운 원리와 상관 관계에 따라 순리대로 되어갈 뿐이다. 원리를 바꿀 수 없지만, 관계에 의해 그 원리의 조화가 달라진다고 본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관계에 따라 잘 흘러갔다고 말 할 것이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기 위해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 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대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냐고 물을 것입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꿔 나가겠습니다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놓아
좋은 말과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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