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親舊)란 무엇인가?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한 달에 한 번씩 우리는 탁구시합을 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관심 없다. 함께 땀을 흘리고, 저녁에 술 마시며 맛있는 저녁을 함께 하고 헤어진다. 한 번은 대전에서, 한 번은 천안에서 모인다. 어제는 천안 원정 경기였다. 그렇게 늙어 간다. 천안의 두 친구가 지난 번 러시아 여행에 함께 하지 못했다. 그 때 선물로 사온 러시아 보드카를 전해주고, 그 자리에서 같이 다 마셨다. 그런 식이다.
보통 토요일에는 뱅샾62가 조용한데, 어젠 꽉 찼다. 딸이 생일이라, 케익을 자르며, 조용한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알고 지내던 엄청 많은 여성들이 세 팀으로 나누어 찾아왔다. 한 달에 만날 사람들을 하루 저녁에 거의 다 봤다. 그런데 불편했다. 시도 때도 없이 나대는 여자들 때문이었고, 너무 가면들을 쓰고 있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구처럼, "나는 온몸이 서랍인 여자를 알고 있다/그녀를 만지면/거짓말처럼 서랍이 열린다 스르르."
보수 일부 언론은 ‘반도덕적 도덕주의’라는 프레임을 앞세워 우리 사회의 개혁 요구를 무력화하려 한다. 그리고 무지한 서민들은 그 프레임에 빠져 속고있다. 도덕적으로 가장 타락한 집단이 도덕을 무기로 내세워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 자신들도 전혀 믿지 않는 도덕적 순결주의를 프레임으로 들이밀어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언론과 집단을 부도덕한 세력으로 몰아붙인다. 나도 어젯밤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너무 도덕적 순결주의를 들이 밀었던 같다. 후회한다.
그래 오늘 아침은 친구(親舊)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사전적 정의로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다. 인간관계는 중심축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질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 들수록 초라해 지고, 일 중심이나 '나'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면, 타인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따르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결승점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후반전의 인생은 여생(餘生)이 아니라 후반생(後半生)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친구가 아닐까? 후반생의 친구는 가까이 있어야 하고, 자주 만나야 하며, 같은 취미면 더 좋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린 그를 매우 반갑게 생각하고, 그와 음모를 꾸민다. 그래서 에피쿠로스는 친구의 우정이란 '음모(陰謀, 몰래 꾸미는 일)'라고 말했다. 이 음모의 시작은 서로 공감(共感)하는 것이다. “아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하며, 뭉클한 위로를 받을 때가 공감하는 순간이다.
SNS에서 회자되는 "네 종류의 친구" 이야기가 있다. 오늘 아침 공유한다.
(1) 화우(花友)라고 꽃과 같은 친구: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다가, 꽃이 지고 나면 돌아보는 이 하나 없듯이,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친구를 말한다.
(2) 칭우(秤友)라고 저울과 같은 친구: 저울은 무게에 따라 이쪽으로 또는 저쪽으로 기운다. 그와 같이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 이익이 큰 쪽으로만 움직이는 저울과 같은 친구를 말한다.
(3) 산우(山友)라고 산과 같은 친구: 산이란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이며 멀리 보거나 가까이 가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준다. 그처럼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친구를 산과 같은 친구라 말한다.
(4) 지우(地友)라고 땅과 같은 친구: 땅은 뭇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도 조건없이 기쁜 마음으로 은혜를 베풀어 준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지해 주는 친구를 땅과 같은 친구라 말한다.
사람마다 서랍을 만든다. 그 중 "밤마다 서랍 속으로/사라지는 여자를 나는 알고 있다/건드리지 마라/건드리면 여자는 서랍이 된다" 나도 그렇다. 그렇지만, 더 잘 익어서 산과 같은 친구, 땅과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서랍/이귀영
나는 온몸이 서랍인 여자를 알고 있다
그녀를 만지면
거짓말처럼 서랍이 열린다 스르르
가슴엔 먼 해를 좇던 눈, 눈, 눈…, 그 눈을 보면
희망이란 이름의 배들이
얼마나 그녀를 기만했는지 알 수 있다
하늘엔 붉은 회오리바람이 일고
검은 바다엔 끊임없이 배들이 밀려가고 밀려온다
그녀의 머리를 만지면
로쟈의 독백이
라스꼴리니꼬프의 피 묻은 도끼가 튀어나온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쓴 저 쾡한 눈,
그러나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피 흘리지 않는다
그녀의 팔을 열면
그녀의 첫 남자가 누워 있다
가슴에 질퍽이는 땀,
도드라진 결핵이
붉은 꽃을 피우고 도대체 말이 없다
어느덧 그녀의 어깨 위에 석양이 흐른다
강가의 작은 돌 몇 개
마른 가지 위에 걸린 냄비
새까만 그을음이 지문처럼 묻어 있다
그녀가 숨 쉴 때마다 열리는
손톱 끝의 작은 서랍들
끝내 닫혀지지 않는 서랍 속에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 하나
깜빡이며
밤마다 서랍 속으로
사라지는 여자를 나는 알고 있다
건드리지 마라
건드리면 여자는 서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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