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운명이란 늘 우연을 가장해서 온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0. 20. 08:38

9년 전 오늘 글입니다.

'참나'를 찾는 여행

# "운명이란 늘 우연을 가장해서 온다." (기 드 모파상)

우연을 프랑스어로 하면, 'le hasard'이다. 거꾸로 이 단어를 프랑스어 사전으로 찾으면, '우연'이라는 뜻과 함께 '운명'이라는 말로도 쓰인다. 골프 용어로는 '장애지역', 즉 '해저드'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니까 삶은 수많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우연들이 운명을 만들어 가는 것일까? 우연이 거듭되면 운명이 되는 것일까? 그런 우연이 왜 나에게는 없는 것일까? 반면 요즈음 우리 사회를 좌절하게 만드는 많은 사건들이 우연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다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최순실 딸의 경우처럼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꼭 필요할 때 '우연'이 끼어든다. 사는 것이 힘겨운 서민들에게는 그 흔한 우연이 끼어들지 않는다. 서울 강남에 땅도 없고, 주식을 줄 만큼 부자인 친구도 없으니 당연한 것인가? 그나마 불운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은 것만도 다행인 것일까?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이 자신의 칼럼(2016년 10월 17일자)에서 말한 것처럼, "운에도 총량이란 것이 있어서 누군가 행운을 누리는 만큼 다른 이들은 불운을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인가?" 나에게는 질문들만 꼬리를 문다.

# 그래도 삶을 만끽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믿는다.

세상은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만큼만 보여준다. 그러니까 재미있게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세상은 재미투성이'인 것이다. 오래 살았다고 나이가 드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꿈을 저버릴 때 나이가 드는 것이다. 다시 열정을 불태우리라.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만들지만,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 그러니까 열정을 잃고 사는 사람이 최고로 늙은 사람이다. 삶의 열정에는 마침표가 없다. 그래서 오늘도 고속버스, 지하철,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에 강의 다닌다.

# 삶은 그냥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행운을 부르는 우연이 찾아오지 않아도 삶은 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깨닫지 못한 인생의 경험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수많은 우연으로 점철된 여행이라 할지라도, 여행의 목적지는 종착점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행길에서 뜻밖의 행운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는 더없이 큰 기쁨일 것이다. 미완성인채로 여행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삶에 재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그저 감탄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상은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 차게 되고, 삶은 신나고 재미있어 진다. 인생과 연애를 하듯 살게 된다. 삶에는 이론이 없다. 삶은 그냥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 그 때 에르스트 블로흐가 말하는 것처럼, "놀라움이 비처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