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사는 것이다.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시아와인트로피>란 이름으로 4일간의 와인 품평회를 무사히 잘 마치었다. 좋은 와인들도 만났고, 좋은 친구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러나 매일 60 여종의 와인을 몰입하여 평가하는 일은 피곤하였는데, 오늘 아침에 컨디션이 다 회복되었다. <아시아와인트로피>는 국제와인기구OIV(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Vine and Wine)의 승인·감독 하에 대전마케팅공사와 독일와인마케팅사(베를린와인트로피 주최)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인 품평회이다. 올해로 8회이고, 29개의 나라에서 3.142종이 출품되었다.
나는 나를 '와인, 술 파는 인문운동가' 라 한다. 그랬더니, 어떤 한 지인은 더 쉽게 '술 파는 철학자'로 고쳐준다. 내가 와인을 알게 되고, 전문가로 밥 벌이를 하게 된 것은 유학 시절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와인을 마시는 이유는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 괴로움을 견디는 게 훨씬 수월하였기 때문이다. 와인을 많이 마시면 몸이 괴롭다. 그러나 괴로움보다 외로움이 더 힘들어 와인을 마신다. 외로움을 주고 괴로움을 받는 정직한 거래가 와인 마시기이다. 그리고 와인을 마시다 보니, 와인 맛의 10%는 와인을 빚은 사람이고, 나머지 90%는 마주 앉은 사람이다. 우리는 알코올에 취하는 게 아니라, 사람에 취한다. 내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에 과장된 반응을 보여주는 내 앞에 앉은 사람에게 우리는 취한다. 그는 내 외로움을 홀짝홀짝 다 받아 마시고 허허 웃으면, 우리는 그 맑은 표정에 취한다. 그래 나는 나를 '와인 팔며 마시는 인문운동가'이다.
오늘부터는 인문운동가의 일들이 산적해 있다. <우리마을대학>, <2020년 마을계획> 사업 보고서 작성, 리빙랩 엑설러레이팅 의제 실행 계획서 작성, 여러 곳에서 신청한 인문학 강의와 와인 강의 등이 쌓여 있다. 당장 오늘 저녁 <와인 인문학> 특강이 있다.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 원래 사는 일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사는 것이다.
오늘도 류시화 시인이 묶은 <마음챙김의 시>란 시진에서 한편의 시를 선택하여 함께 읽는다. 도종환 시인은 이 책의 뒷장에서 "너무 바쁘게 살아야 하는 하루하루, 그러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이지 않는 꽃이 생각나는 이들에게 이 시집을 건넨다. 아픈 영혼을 위로해 주는 다정한 언어들, 다시 본래의 선한 나로 돌아가게 해 주는 시들이 이 안에 있다"고 했다. 나는 나의 책상에 늘 올려 놓고, 닥치는대로 몇 편의 시를 읽고 일을 시작한다. 오늘은 짧은 시를 공유한다. 시 다음에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 할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 사진은 와인 심사를 마치고 일부러 우리 동네 갑천 길을 걸으며 만난 노을이다.
흉터/네이이라 와히드(얼굴 없는 시인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시인)
흉터가 되라.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지난 9월 14일에 했던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 이야기를 오늘 아침 조금 한다. 이 장의 제목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를 말해준다"이다. 우리 사회를 잘 지키려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훈육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주체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1989)은 어린 아이를 훈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기존 시각에서 어린이가 연약할지라도 어른의 동등한 가치를 지닌 인간이고 권리의 주체라는 시각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협약이 체벌을 금지하는 취지도 만약 성인을 때리는 것도 이유를 불문하고 허용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현재 가정 내 체벌을 포함하여 아이들에게 모든 종류의 체벌을 명백히 폭력으로 규정하고 법으로 전면 금지한 나라는 전 세계 52개국 뿐이라고 한다. 법안 제정이 중요하다. 법은 한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반영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가치의 전환과 확산을 이끌어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정 내 체벌금지를 법에 명시해야 하는 이유는 부모들을 범법자로 만들려는 게 아니라, 아이들도 성인들과 똑같은 정도로 모든 종류의 폭력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부모의 권리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저의를 <독일기본법>(한국의 헌법에 해당)에서 찾았다. "자녀의 보호와 교양은 자신적 권리이자 일차적으로 부모에게 부과되는 의무이다. 그의 행사에 관하여는 국가 동동체가 감독한다."(제6조 제2항)
체벌과 학대 문제 이외로, 자식을 소유물로 대할 때 생기는 일은 둘 중 하나이다. 과보호 혹은 방임. 이 문제도 아이를 독립적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고 소유물로 바라보는 깊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보호는 부모의 과잉교육과 지나친 간섭이 정서적, 신체적 학대의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방임의 경우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하다가 툭하면 스트레스와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적당한 거리와 존중을 유지하지 못해 과보호와 방임의 두 극단이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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