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 자리가 곧 내 존재는 아니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0. 15. 18:10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슬퍼할 일 아니다. 이 시대 훌륭한 두 시인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가 뜨자, "우리 사회의 모든 적폐와 병폐들이 다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초조와 불안을 견디지 못한 정치계, 언론계 심지어 사이비 진보들의 퀴퀴한 진면모까지 적나라하게 발각" 되었다. 이제 시작이다. 우리 국민은 해낼 수 있다고 나는 본다. 경험이 있으니까. "깊은 물은 느리게  흘러가지만 가장 멀리에 당도합니다." (류근)

"칼과 풀잎의 싸움이었다. 풀잎이 버티자 칼은 풀잎을 난도질했고 풀잎은 결국 스스로 목을 꺽었다. 슬픈 일이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다. 칼이 풀잎을 이긴 게 아니다. 칼은 머쓱해지겠다. 칼은 이제 해야 할 일이 없다. 칼은 풀잎의 뿌리를 보지 못했다. 풀잎이 칼을 이긴 것이다." (안도현)

"역경은 거의 누구나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의 진짜 성공을 시험하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라." 에이브러험 링컨의 멋진 말이다. 오늘 아침도 계속 이어지는 행복 담론이다. 이제 '권력=행복'의 허상을 말하려 한다.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의 말레네 뤼달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내 자리가 곧 내 존재는 아니다"라고 했다. 몇 번 나누어서 담론을 이어갈 생각이다.

권력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우리는 모든 사회관계 안에서 권력을 경험한다. 권력이란 넓게 보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기회를 뜻한다. 막스 베버도 권력을 "사회적 관계 내에서 저항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가능성"이라고 정의하였다.

타인의 인생을 통제한다는 생각은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권력을 추구하는 것도 일종의 병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는 매 선거 때마다 출마하는 분들이 있다. 권력에 취해 자기 분수를 모른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일종의 '병'이다.

최근에 주변을 둘러보면, 권력을 차지하고 보전하려면 교활하고 타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로버트 그린의 책, 『권력의 법칙』을 보면, 권력을 얻는 유일한 길은 기만, 계산, 조작에 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도 "군주는 언제나 선할 것이 아니라 선악을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자신의 책 『군주론』에서 말하였다. 이를 우리는 마키아벨리즘이라 한다. 이런 냉혹한 세상이라도 권력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 타인에게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인정받고 싶고, 더 높이 평가받고 싶은 욕구, 자신의 힘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권력욕을 부추긴다. 인간은 흔히 권력 그 자체가 아니라, 권력으로 누릴 수 있다고 여기는 권력에 흥미를 느낀다.

오늘 아침부터의 질문은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정말 더 행복할까'이다. 여기서 말하는 권력은 거대 권력부터 보통 사람도 누구나 한 번쯤 얻을 수 있는 미시권력까지 포함한다.

우선 거대 권력의 명암을 살펴본다. 권력의 밝은 부분은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타인이 내 말을 경청한다는 만족감, 내 뜻대로 선택한다는 만족감,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는 만족감, 꿈을 이룬다는 만족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권력이 생기면 그 강도나 범위에 관계없이 사회에서 어떤 지위가 주어진다. 그러면서 자신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권력의 자리에 오르면 여러 특권이 주어진다.

그 반대는 권력을 잃었을 때이다. 삶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권력이 없어지면, 사람은 주눅이 들고, 늘 되풀이 되는 위험이 두려워 감히 행동하지 못한다.  한번 약해진 사람은 더더욱 약해진다. 그러므로 상황을 마냥 참으면서 버티지 않으려면 힘을 되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권력을 가지면, 그 지위에는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그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상의 소박한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 언뜻 보아 권력자들은 '보호 받고' 있는 듯하지만, 고급스러운 부수적 혜택이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완전히 지켜주지는 못한다.

권력이 언제나 행복의 일부이지 않다. 내일 더 이야기를 끌고 가련다. 오늘 아침 다시 되새기고 싶은 것은 "내 자리가 곧 내 존재는 아니다'라는 말이다. 존재를 잘 지키는 사람은 오늘 공유하는 시의 "가을 향기"처럼, 자리를 떠나도 "풍성한 향"으로 남는다. 자유로운 영혼, 설리의 명복도 오늘 아침 빈다.

가을의 향기/김현승

남쪽에선 과수원에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산 위엔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傷)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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