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주말농장에 나가 서리가 내리기 전의 파란 고추를 수확하고, 고추나무를 뽑았다. 돌아오는 길에 거미줄에 걸린 단풍잎을 보았다. 아! 지난 주 SNS에 이외수가 올린 시 <단풍>이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화냥기"라는 말이 문제였다. 이 말은 '이성 관계가 복잡하거나 상대를 자주 바꾸는 여자의 기질'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데, 사실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절개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환향녀(還鄕女)'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논란을 떠나 이젠 이 말 자체를 사라지게 했으면 한다. 대신 우린 '유혹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유혹은 적극적으로 상대의 욕망을 탐험하고 고민하면서, 우리가 서로에게 위험한 상대가 아니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상대임을 설득하며 다가가고 또 상대를 자발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단풍/이외수
저 년이 아무리 예쁘게 단장을 하고 치맛자락을 살랑거리며 화냥기를 드러내 보여도 절대로 거들떠 보지 말아라.
저 년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저 년이 떠난 뒤에는 이내 겨울이 닥칠 것이고 날이면 날마다 엄동설한, 북풍한설, 너만 외로움에 절어서 술독에 빠진 몰골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PS. 이외수의 <단풍>을 읽고, "'읽는 년', 얼굴 붉어진다. 시 읽고 수치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하며, 여성 비하라고 하는 진영과 "시어에 대한 지나친 검열이다"라고 하는 진영으로 나뉘어 치고 받았다. 어쨌든, 여혐의 코드를 느낄 수 있어, 단풍에 관한 다른 시를 하나 더 읽어 보겠습니다.
단풍/이상국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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