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은 아주 조금만 필요하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오후는 서대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갤러리에서 있었던 작은 음악회와 전시 오픈식에 다녀왔지요. 와인도 실컷 마셨지요. 어떻게 집에 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날 데려온 지인에게 미안합니다. 잠에서 깨니 우리 동네에 왔더군요. 매번 이런 식입니다. 좋게 보면, 순간에 너무 몰입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방심(放心)이지요. 마음을 놓친거죠. 마음이 가을 햇볕에 풀어졌던 거죠. 예쁜 가을이었습니다. 감나무의 감이 깊게 익어가고, 들판의 논들도 노랬습니다. 잘 정돈된 미술관에서는 엄청난 수고로움이 느껴졌습니다. 잘 깎은 잔디와 진입로 등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 오늘 아침은 그 서정이 잘 느껴지는 김용택 시인의 시 <가을>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화두는 어제에 이어, 행복입니다. '행복=돈'의 등식은 허상이라는 주장의 마지막입니다.
질문 3: 큰 복권(로또)에 당첨되면 행복할까?
"돈은 좋은 하인이자 나쁜 주인이다." <춘희>를 쓴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말이다. 돈이 없으면 현실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래 사람들은 로또 당첨을 꿈꾼다. 그런데 여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로또 당첨 직후에는 당첨자들의 행복 수준이 높아지지만, 겨우 몇 달만 지나도 원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문제는 복권에 당첨된다고, 인생의 진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삶의 비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얻으면, 반드시 그 만큼 잃는다. 로또 당첨자들이 특히 무엇을 얻을지만 알고 무엇을 잃을지는 모른다. 갑자기 로또에 당첨 된 후, 가장 빈번한 위험은 재산을 탕진하고 전보다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사실 막대한 이익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모든 사회계층에서 개인의 균형을 깨뜨린다. 살면서, 중요한 것이 균형이다. 특히 정신적 균형이 무너지면 안 된다. 그리고 복권 당첨자들은 흔히 타인과의 관계 변질을 경험한다. 사람들이 그에게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복권 당첨자들의 대부분은 복권 당첨 후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당첨 이전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가치관이다. 예를 들어, 신뢰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게 살아오던 평온한 사람이라면 복권의 행운이 건전한 삶의 토대가 더욱 탄탄해 질 것이다. 그 때만이 돈이 오직 수단으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질문 4: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면 행복할까?
돈이 너무 많으면, 돈이 팝콘을 먹는 것과 같아진다. 배는 부르지만 영양가가 없다. 약 335억원 이상인 사람을 우리는 '초갑부 ultra high-net-worth-individual-UHNWI)라고 한다. 그들은 우리의 환상을 자극한다. 어마어마한 부에는 어마어마한 행복이 따를 것만 같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돈으로 쌓은 산꼭대기 위에서 몹시 외로워 한다는 연구가 있다. 그들은 사회적 관계가 그들의 가장 큰 불안 유발 요인이다. 그래 부자들은 자기들끼리만 모인다. 그들은 새로운 만남의 기쁨, 자신과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신적 풍요는 포기하고 만다. 타인과 자기 자신의 걱정을 나누기 어렵다. 그리고 고독감 외에 억만장자들의 두 번째 일관된 감정은 불만족이다. 또 부자들끼리 잔혹한 경쟁을 한다. 타인과의 비교는 하면 할수록 결국 실망할 수밖에 없고, 끝없이 달려야 하는 경주와 같다. 사실 항상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다 보면 결국은 일상을 벗어난 놀라움에 대한 개념을 잃게 된다. 늘 일상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특별한 것이 무감각해진다. 사람은 가진 것에 적응하므로 특별함도 결국은 모든 것이 일상에 삼켜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흐름이 곧장 권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더 돈에 대해 걱정하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은 아주 조금만 필요하다. 모든 것은 당신의 내면, 당신의 사고 방식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제까지 우리가 살펴 본,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막대한 유산 상속하기, 당첨금이 큰 복권에 당첨되기, 어마어마한 부자 되기 중 어떤 것도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니다. 물론 돈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존엄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물질적 기반이다. 그러나 영혼과 삶의 기쁨이, 말 그대로 메마르지 않게 하려면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에 머물러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돈으로는 사는 맛을 찾을 수 없고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밀레네 뤼달이 소개한 달라이 라마의 말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잘 말해준다. "인간은 너무나도 놀라운 존재이다.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희생한다. 그리고 나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희생한다. 미래가 불안한 나머지 현재를 누리지 못한다. 이렇게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고,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결국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하고 죽는다."
오늘도 깊어 가는 가을을 향유할 생각이다. 행복을 위해.
가을/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김용택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PS: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나열해 본다.
▪ 돈으로는 사랑을 살 수 없다. 돈으로 마음을 살 수 없는 것과 같다. 마음 깊은 곳에 와 닿는 진실한 사랑 앞에서는 강한 사람도 완전히 힘을 잃는다.
▪ 돈으로는 건강을 살 수 없다. 돈이 있으면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 돈으로는 재능을 살 수 없다. 예술가와 장인은 돈이 아니라 타고난 능력 또한 결정력과 실행력을 발휘해 모든 면에서 주목을 받는다.
▪ 돈으로는 진정한 우정을 살 수 없다. 우정을 쌓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았던 시간도, 좋지 않았던 시간도 모두 필요하다.
▪ 돈으로는 존경심 그리고 신뢰, 기품, 청렴, 인내, 낙관주의, 너그러움, 교양 같은 자질은 살 수 없다. 이런 자질이야말로 인생을 잘 살기 위한 귀중한 열쇠이다.
▪ 돈으로는 평화를 살 수 없다. 내면의 평화, 즉 나 자신과 하나가 되어 자신감 넘치고 평온한 상태를 이룰 수 없다.
▪ 돈으로는 시간을 살 수 없다. 시간은 예외 없이 흐르고, 참다운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좋은 재료로 시간을 채우는 일은 우리 몫이다. 시간을, 하루하루를 보내는 방식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을 보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SNS에 많이 떠돌던 것인데, 호주 출신 간호사 브로니 웨어가 죽어가는 환자들이 많이 후회한 것을 순서대로 정리했던 것을 적어본다.
•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진정 원하는 대로 살아갈 용기를 냈더라면,
• 일을 덜 했더라면,
• 용기를 내서 감정을 표현했더라면,
•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났더라면,
• 나 자신에게 좀 더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시인 아라공의 이야기가 겹칩니다. "사는 법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너무 늦다." 죽음의 문턱에서 "돈이 더 많았더라면"이라고 말한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