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나 만의 서사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0. 6. 17:35


자기만의 이야기를 잃은 사회, 내 생각, 느낌, 감상을 말하지 못하고 입력한 정보를 앵무새처럼 내뱉는 사회의 끝은 서사 없는 '텅빈 삶'이다.
2014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번째 세족식(洗足式)이 기억난다. 그는 카톨릭에서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본떠 오랫동안 똑같은 ㅎㅇ식으로 진행되어온 세족식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사상 처음으로 사제가 아닌 12명의 '아이'를 선택해서 발을 닦아주고, 거기에 입맞춤을 했다.
이들은 모두 '죄 있는 인간', 소년원 재소자였으며 거기에는 여자아이와 이슬람교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이, 여성, 이슬람도, 전과자는 오늘날 문명세계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들이다.
교황은 취임식에서 교황이 아니라,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 그는 가장 낮은 자리로 임하여 그 자리를 섬기는 자가 되겠다고 했다.
예수는 왜 제자들의 발을 닦아주었을까? 발이 신체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둠이 가득한 세상에 신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런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