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간은 그가 자주 하는 '그 것'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9. 28. 16:07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9월의 마지막 월요일 아침이다. 이번 주 목요일은 추석 명절이다. 수요일부터 금요일이 추석 연휴이다 보니, 토요일 일요일까지 겹치면서 추석연휴가 5일이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나는 그날이 그날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나는 휴일과 관계 없이 매일 매일이 똑같다. 최근에는 네이버 달력에 시간 단위로 할 일을 적어 두고, 하루를 보낸다.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생각할 때마다, 배철현 교수가 말한 이 글을 읽는다. "인간은 그가 자주 하는 '그 것'이다." 기원전 6세기 에베소 철학자 헤라클리토스(Heraclitus)는 한 사람의 운명이나 천재성은, 그 사람의 습관이라고 말한다. 식사와 잠 같은 생존을 위한 습관들을 제외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용한 습관들을 말하는 것이다. 오감을 일시적으로 자극하는 쾌락자극은 종종 자신을 해치는 중독으로 이어져 온전한 삶을 유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괴물이 되기 십상이라 했다. 예를 들어, 현대인들은 하루에 평균 3시간 스마트폰을 본다. 그 시간의 양은 인생의 1/8, 즉 평균수명을 80년으로 잡는다면 10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면서 인생을 허비하는 꼴이 된다.

반면, '내일의 나'를 만들기 위한 행동들이 있다. 만일 내가 그 행동들을 구별된 장소와 시간을 통해 반복하고 나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그것들은 습관이 돼 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잘 실천하고 있는 일이, 일어나자 마자 이와 혀를 닦는 일이다. 그리고 물을 한 컵 마시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켜고 하루의 일상을 상상한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쓴다. 적어도 다섯 가지의 감사 내용을 기록한다. 그리고 하루를 위한 최선의 전략을 짠다. 별 내용은 없다, 내 일상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을 위해, 내가 시도하고 싶은 한 가지 일을 생각한 것이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란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글쓰기는 세련된 생각을 하는 일이다. 글쓰기는 독서가 낳은 자식이기 때문에, 독서를 하게 만든다. 그리고 산책을 하고, 음악실에 들러 노래도 하고 악기도 안아준다. 그러면 하루가 바쁘다.

이런 식의 '구별된 습관'은 내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원칙(原則)이 된다. 그 '원칙'이란 말에서 끝나는 거짓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지고 반복과 인내를 통과할 때 만들어지는 추상이다. 그것이 나의 습관이 되면, 그 습관이 나를 구성하는 모든 DNA를 천천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조된다. 배철현 교수의 글에서 자주 만나는 대목이다.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씩 자기 집값 오른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사람을 만난다. 그런 사람은 일반 서민이어서 정책에 대한 부담이 없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는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백성들이야 집이 있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나도 공직을 떠났을 때 집 몇 채 갖고 있어야 돈 좀 쓰고 살게 아니겠나? 이런 생각이라면 하루 빨리 공직을 떠나거라. 백성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부동산업자가 되어 잘 먹고 잘사는 길을 찾는 게 원칙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죄는 목표 상실이다. 지향하는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가치와 목표를 정한 적이 없고, 설령 그 목표를 정했다 할지라도, 매일매일 그 길에 들어서는 연습을 소홀히 하는 자가 죄인이다. 배철현 교수가 자주 하는 말이다. 인생의 슬픔은 목적지 상실이다. 과녁을 정하지 않은 사람은 감정의 노예가 되기 쉽다. 항상 무엇인가를 바라고, 그것을 획득하지 못하면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자제, 절제하는 힘이 없어 늘 불안하다.

그런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시이다. 아직 접지 않은 파라솔은 가을을 만나지 못한다. 요즈음 가을 하늘이 너무 멋지다. 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로버트 풀검의 시, <내 인생의 신조>로 이 계절을 즐기자고 또 다짐하는 오늘이다.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준다고 믿는다/그리고 슬픔의 치료제는 웃음이며/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9월의 시/조병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 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 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도시소설가 김탁환이 농부과학자를 만난 이야기인,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란 책이다. 제목에 끌려 산 책이다. 보통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라는 말이 나에게 다르게 들려왔다. '지킨다'는 말은 지난 9월 16일 아침에 했다.

위의 책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런 말이 있다. "가끔은 단 한 문장을 반박하기 위해 한 인생 전체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존 버거, 『보리스, 말을 사다』) 지금 원하는 일을 금방 해결하려 하면 초조하고 조급해 한다. 원하는 일에는 인생 전체를 거다. 말하기는 쉽다. 삶 속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면서.

인문운동가는 소멸에 맞서는 사람이다. 인문운동가는 사랑을 목놓아 외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사랑은 우리에게 우리의 생활 방식, 판단 기준, 우리 선택의 바탕이 되는 가치를 되돌아 볼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어머니 지구』에서 했던 말이다. 지구에 대한 사랑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나는 본다.

김탁환 도시 소설가처럼, 나도 소멸의 시대를 살았다. 지금도 우리는 소멸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방 소멸, 마을 소멸, 공동체 소멸, 농업이 소멸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된 "끔찍한" 그러나 우리가 잘 모르는 통계 하나를 공유한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이 101,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겨우 23%이란다. 77%의 곡물을 수입하여 충당하는 실정이라 한다.

공동체의 안녕보다 개인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회에서 실패한 자, 가난한 자, 병든 자 약한 자를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 함께 돕고 사로 챙기며 공공선을 추구할 길을 시급하게 마련하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홀로 쓸쓸하게 스러질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문운동가인 나는 늘 생각한다. 소멸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사는 삶들과 연대를 하여야 한다고.

나는 왜 인문운동가를 자처했는가? 우리 사회는 지금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천박한 물신주의와 인간의 가치를 인격이 아닌 기능에서 찾으려 하는 비인간화라는 시대적 질병을 앓고 있다. 이 질병의 약은 '인문정신', 즉 인문적 가치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의 삶의 자리에서 되살리자는  것이다. 그 역할이 인문운동가이다. 인문 정신이란
-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 균형 잡힌 역사의식,
- 온고지신의 지혜로움,
- 관용과 책임 있는 공동체 의식이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디지털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조병화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