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이 없는 것, 있을 것들이 다 제자리에 있는 것, 없는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는 것이 소중함을 아는 것, 그런 것인 행복이 아닐까요?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이번 주는 신달자 시인의 시를 집중적으로 읽는다. 그냥 지나치면, 신달자, 익숙한 이름이지만, '달자'라고 부르면 좀 이상하다. 신달자란 이름을 구글에 쳤더니 재미난 두 가지가 나온다. 하나는 세종시에 있는 자전거 할인 매장 이름이 <신달자>이다. "신나게 달리는 자전거"를 줄인 말이었다. 그리고 서울 구의동에 한 횟집의 초장 이름이 '신달자'이다. 그 집에서 직접 만든 초장으로 "신맛 나고 달콤한 자연의 맛"을 줄여 '신달자'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2008년에 낸 책,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라는 신달자 시인의 에세이집이 소개되었다. 나는 대학 시절에 시인의 에세이를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지금은 잘 생각이 안 난다. 그 당시 신달자 시인은 유안진, 김남조와 함께 여성 트로이카 에세이스트로 잘 나갔던 기억이 난다.
신달자 시인은 기구한 운명을 극복하고, 올해 약 7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활동하신다.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위의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신달자 시인의 삶은 드라마틱하다. 생의 돌부리에 넘어지고, 깨지고, 다치고, 망가지고, 갈등하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다시 일어섰다. 고난이 주는 선물은 고난이 끝난 후에 야 깨닫게 되었다고 시인은 말하였다. 직접 시인의 말을 들어 본다.
"나는 열심히 살았고, 열정을 잃지 않았고, 무너진 산에 깔려 있으면서도 사랑을 믿었고, 내일을 믿었다. 하느님을 알게 되었으며 축복을 받았고, 딸들을 얻었으며 무엇이 가족 사랑인지 알았고, 국가나 세계가 강해져야만 하는 것처럼 어머니는 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게 영원히 싸우고 사랑할 것은 삶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아름다운 일상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삶을 꼼꼼하게 살아야 겠다는 것을 알고, 주변과 다사로운 풍요한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남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그 책 이야기는 멈춘다. 시인의 어머니는 세 가지를 당부하셨다고 한다. (1)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 (2) 여자도 돈을 벌어야 한다. (3) 행복한 여자가 되어라. 시인은 두 가지 당부는 지켰는데, 행복한 여자가 되는 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예순이 넘어서, 나처럼, 행복에 도달한 것 같다고 위의 책을 낼 당시 말했다. "위기감이 없는 것, 있을 것들이 다 제자리에 있는 것, 없는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는 것이 소중함을 아는 것, 그런 것인 행복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비바람을 맞고 있어도 '이것은 곧 지나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행복이죠, (…) 나는 늙는 게 좋아요, 지금까지 너무 아프고 힘들게 살았으니 이제부턴 좋은 날만 있을 거예요." 오늘 아침 사진 하나는 <호루스에게 젖을 먹이는 이시스>와 <피에타>이다.
어머니의 땅/신달자
대지진이었다
지반이 쩌억 금이 가고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하느님은 사람 중에 가장
힘센 사람을
저 지하 층 층 아래에
땅을 받쳐들게 하였다
어머니였다
수억 천 년 어머니의 아들과 딸이
그 땅을 밟고 살고 있다.
아침 글을 다 쓰고 나니, 나보다 먼저 하늘 나라로 가신 나의 어머니와 내 아내가 생각난다. "별국", "별빛 사리"가 나의 배를 불리운다.
별국/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언젠가 어머니와 아내 생각이 나면, 읽으려고 모아 두었던 시중의 하나이다. 오늘은 시 두 편을 공유한다. 어머니는 나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 처럼 여기고 나의 기쁨은 자신의 기쁨처럼 여긴다.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마음이다. 내가 아플 때 사람들은 나를 동정하지만,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고 나를 도와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머니는 다르다. 내가 아플 때 연민을 느낄 뿐만 아니라. 내 아픔을 자신이 지고 그 아픔을 덜어주려 한다. 내가 기쁠 때, 더 기뻐하는 존재는 어머니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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