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름다워야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야 아름답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9. 25. 16:58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매주 수요일은 아침 7시 반에 집에서 나온다. 몇 년 전부터 <대덕몽>이라는 이름으로 아침 커피 모임을 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참석 인원이 줄었다. 그리고 바로 <인문학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공부를 자발적으로 모여 한다. 오늘은 몰도바에서 대전으로 시집 온 루드밀라로부터 몰디브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서울 강의에 올라오는 바람에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를 쓸 시간이 없었다. 마침 저녁 식사 전에 잠깐 짬을 내, 이 글을 쓴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동네에서 서울에 오면, 우선 부딪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내 둘레에 젊은 학생들이 젊음을 뽐낸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중국에서 온 여학생이 숙제를 하고 있다. 중국말이 들린다.

고속버스에서는 말레네 뤼달의 다른 책,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을 읽기 시작했다. 목차의 다섯문장이 마음에 심어졌다.
- 아름다워야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해야 아름답다.
- 행복에는 가격표가 없다.
- 내 자리가 곧 내 존재는 아니다.
- 네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유명해지면 명성이 나를 결정한다.
- 몸이 아니라 감정이 연결될 때 더 행복하다.

얼마나 더 가지면, 행복해질까? 예뻐지면, 부자가 되면, 지위가 높아지면, 유명해지면, 섹시하고 자유분방해지면, 행복할 것 같은데, 행복은 늘 예상을 빗나간다. 다가갈수록 행복은 멀어진다. 역설이다. 아름다움, 돈, 권력, 명성 그리고 섹스, 이 다섯 가지 요소가 행복한 삶으로 가는 지름길은 아니다. 행복의 허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삶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살아가며, 그 다양성을 즐기는 것이다. 나의 '단점'이 내 정체성의 전부가 아니다. 단지 일부일 뿐이다.

"예뻐지면, 이성의 눈길을 더 많이 끌고, 선택지가 더 많아지고 더 조건 좋은 이성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대답하여야 하나? 저자는 이런 대답을 찾았다. "내가 멋진 사랑을 나누게 될 그 조건 좋은 이성의 특징에 대해서 좀 말해 줘. 내가 잘생기고 예쁘다고 좋아할 그 이성 말이야."

지난 주 소설가 백영옥은 자신의 칼럼에서 바스 카스트의 책, 『선택의 조건』을 소개하였다. '누구를 사귈 것인가'라는 선택에 있어서, 연애를 하면 할수록, 상대를 바꾸면 바꿀수록 만족도는 더 낮아진다고 한다. 우리는 경험을 바꿀 기회가 없는 경우에만 기존 관점을 바꾼다. 배영옥의 계속되는 글에서 무엇이 행복인가를 알게 된다. 선택지가 없을 수록 행복하다. "당장 이혼할 수 없기에 배우자에게서 장점과 고마움을 찾아내고, 바로 교체할 수 없기에 낡은 아파트를 수리하고 이끼게 되며, 되돌릴 수 없기에 밤마다 울고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아이에게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한다."

도망가거나 취소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관점을 바꾸고 지금 일어난 일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잘 생기고, 예뻐서 선택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다는 게 행복할 일은 아니다. 다시 강의에 갈 시간이다. "9월/밀물처럼 와서/창 하나에 맑게 닦아 놓고/간다." 나도 간다.

가을편지2/나호열

9월
바닷가에 써 놓은 나의 이름이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

9월
아무도 모르게
산에서도 낙엽이 진다

잊혀진 얼굴
잊혀진 얼굴
한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

9월
밀물처럼 와서
창 하나에 맑게 닦아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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