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들국화가 피어야 가을이고, 들국화가 지면 겨울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9. 21. 15:09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가을/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 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어제 오후는 우리 동네 수목원 산책을 했다.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걸고, 리모컨으로 사진을 찍는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 오늘 아침 사진은 거기서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며, 대뜸 나는 조병화 시인의 <가을>을 기억했다. 오늘 아침은 좀 다르게 사진과 시를 먼저 공유한다.

수목원에는 난생 처음 보는 꽃들이 지천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꽃이 아닌 열대지방의 꽃들을 만나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연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색을 무한대인 것 같다. 가을에 대부분의 풀들은 열매를 맺고, 푸르던 잎은 단풍으로 물들다 떨어져 한 해의 삶을 정리할 준비를 한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이때, 단일식물들은 꽃을 피운다. 단일식물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화다.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유교문화권에서는 서리를 맞으면서도 피어 있는 국화의 모습에서 예전부터 "매란국죽(梅蘭菊竹)", 즉 네 군자 중 하나로 여겨왔다.

국화꽃의 가운데서, 나는 들국화를 좋아한다. 들국화가 피어야 가을이고, 들국화가 지면 겨울이다. 그런데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식물도감에 없다. 들과 산에 저절로 피어 있는 국화 무리를 통틀어 우리는 흔히 '들국화'라 부른다. 대표적인 것으로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감국, 벌개미취, 참취 등이 있다.

문제는 그것들을 잘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구절초(九節草)라는 이름은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약효가 좋은 음력 9월 9일 즈음에 꺾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또한 예로부터 부인병에 좋다고 '선모초(仙母草)'라고도 한다. 9~10월에 줄기 끝에 꽃이 한 송이 씩 핀다. 꽃잎은 처음 꽃대가 올라올 때는 붉은 기운이 도는데 차차 맑은 흰색으로 변한다. 꽃잎 끝의 가운데 부분이 좀 들어간 모양이다. 가장 잘 구별하는 방법은 잎이 쑥처럼 갈라져 있다.

들에서 더 흔하게 눈에 띠는 것은 쑥부쟁이다(7월~10월). 옛날에 동생들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쑥을 캐러 간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죽은 자리에서 났다고 하여 '쑥부쟁이'라는 슬픈 전설이 있는 꽃이기도 하다. 봄에 어린 순을 뜯어 나물로 먹기도 한다. 쑥부쟁이 꽃은 연한 보라색이고, 여러 갈래로 갈라진 줄기 끝마다 꽃이 피어서 무리 지어 보이는 점이 구절초와 다르다. 초보자가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꽃송이만 보면 잘 구별이 안 된다. 이때 잎 모양을 보자. 다른 점이 보일 것이다. 쑥부쟁이는 잎이 작고 톱니가 있다. 줄기가 쓰러지면서 어지럽게 꽃이 피는 경우가 많다.

여름(6월~10월)부터 꽃 피는 벌개미취는 관상용으로 길가에 심어진 걸 자주 보곤 한다. 햇빛이 드는 벌판에서 잘 자란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벌개미취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것이다. 영어 이름도 'Korean Daisy'이다. 벌개미취는 잎이 크고 길며, 잎 가장자리에 '잔 톱니'만 있어 매끄럽게 보인다.  줄기도 굵어 튼튼하다.

그 외, 먼저 산국, 산에 피는 국화란 뜻이다. 꽃이 작고 다닥다닥 피어 있는 느낌이다. 꽃 크기가 10원짜리 동전만 하다. 잎을 씹어보면 쓴맛이다. 감국(甘菊)은 잎을 씹어보면 단맛(甘)이 살짝 돈다. 국화차는 이 감국으로 담근다. 꽃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만 하여 산국보다 약간 크다. 이 꽃들을 구분할 줄 알면, 가을 산과 들을 다닐 때 느낌이 전과 달라진다.

그리고 까뮈의 <페스트>를 읽으면서, 토로나-19의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 대한 새로운 문화와 문명의 문법을 생각하다가, 장하준 교수가 던지는 "코로나 시대의 화두 4가지"라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접하였다. 그래 페이스북의 저장함에 넣어 두었다가, 오늘 아침에 읽었다. 좀 공유한다.

장교수는 세계 경제학계에 장하준의 등장을 알린 책, <사다리 걷어차기>(2002)의 개정판을 최근에 냈다. 그 책의 부제가 이렇다. "앞선 나라는 따라잡고 뒤쫓는 나라는 따돌리던 선진국 경제 발전 신화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역사". 이 책은 당시 주류담론인 신자유주의 허상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세계 정치경제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었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각종 정책과 제도가 실제로는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해롭다는 것이었다. 특히 선진국들이 과거 자신들이 경제발전 할 때에는 신 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선진국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이 책의 개정판 서문에서 장교수는 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또 위기 이후 각 나라가 어떻게 경제와 사회를 재조직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대신 이번 위기 이후 세계는 많은 것이 변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4 가지 화두를 던졌다. 우리 사회의 정치계도 이런 담론에 주목할 때인데,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며, 국민들에 정치혐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장교수가 말하는 4 가지 화두를 공유한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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