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문 운동가의 10가지 삶의 지침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9. 19. 15:43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저녁 늦게 서울에서 내려왔더니 대전의 날씨가 쌀쌀했다. 그러나 마음은 무거웠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있을 <대전문화연대 창립 15주년 기념 후원의 밤> 때문이다. 공동대표로 내가 해야 할 일이 후원금을 모으는 일인데, 못하겠다. 내 체질이 아니다. 사실 후원금은 연말정산 기부영수증으로 환급 받을 수 있는데, 자발적으로 후원하시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우리에겐 그런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뭐 어쩌겠는가? 나부터 후원하면 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외줄 위에서", "비상"하고 싶다. 그런데 "이 외줄 위에선/비상은 추락과 다르지 않다." 책임의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해 보았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나를 '인문운동가'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인문 운동가의 10가지 삶의 지침>를 이렇게 적어 둔 적이 있다.
1. 욕구를 만족 시키는 삶보다는 의미를 채우며 좀 희생하는 삶을 살고, 그것에서 행복을 찾는다. 3:2:2로 일만 하지 말고, 활동(취미 또는 공동체를 위한 일)하고 쉰다. 3일 일하고, 2일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2일은 나를 위해 쉬며 취미 생활을 한다. 일이 너무 많이 생긴다.
2. 물건을 소유하려고만 하지 말고, 존재로 공유하고, 단지 바라보는 것으로도 만족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3.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부담 없이 관계를 즐긴다. 그래야 자유롭다.
4.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내면을 충만하게 채우려 하며,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자제한다.
5. 얻는 일에만 신경을 쓰지 말고, 주려는 일에도 시간과 물질을 내 놓는다.
6. 인생은 유한한 나그네 길이다.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말고, 그 길 위에서 행복하게 지내다가 간다.
7. 길에서 만난 사람 중에 어리석은 자를 만날 바에는 차라리 혼자 간다.
8. 남을 힐난하기 전에 나 자신의 허물과 게으름을 본다.
9. 눈으로 보이는 것과 속된 것에 탐내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 천박(말이나 행동이 상스스럽고, 영적으로 가난한 상태)을 경계하는 일이기도 하다.
10. 자기 분수를 파악한다. 그건 나는 누구인가를 아침마다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일이다.

10가지를 다시 살펴보니, 마음이 가라 앉는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도 도움이 된다. "오늘도 나는/ 아슬한 대목마다 노랫가락을 뽑으며/ 부채를 펼쳐들지만 그것은 위장을 위한 소품이다/추락할 듯한 몸짓도 보이기에는 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이 외길에서는/무엇보다 해찰이 가장 무서워서/나는 나의 객관 혹은 관객이어야 한다."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내가 소유한 자동차와 같다. 나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자동차가 나를 운전할 수는 없다. 자동차의 시동을 걸어, 목적지로 향하도록 운전하는 사람이 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를 증명하는 서류가 아니다. 나는 나일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되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은 자동차인 줄 아는 내가, 운전자인줄 모르고 인생을 살아온다. 우리의 삶의 목적은 남들 보기에 경쟁력이 있고 이윤을 많이 남기는 자동차를 만들기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최고의 운전자를 만드는 데 소홀한다면, 그 자동차는 고물일 뿐이다. 우리는 자동차가 아니라, 운전자이어야 한다. 배철현 교수가 해 준 말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자동차를 버리고, 운전자를 돌보아야 할 때이다.

문화란 예술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의하는 모든 것이다. 문화는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이다. 이 문화에 대한 정의는 노르웨이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Johan Galtung)의 말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0세기가 이기적 경쟁과 확산으로 성공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이타적 협업과 공감으로만이 공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시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변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할 일은 너무 많다. 그 길은 '연대'하는 것이다.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를 맡았을 때 마음이다. 그건 이상이었고, 현실은 다르다.

외줄 위에서/복효근

허공이다
밤에서 밤으로 이어진 외줄 위에 내가 있다
두 겹 세 겹 탈바가지를 둘러쓰고
새처럼 두 팔을 벌려보지만
함부로 비상을 꿈꾸지 않는다
이 외줄 위에선
비상은 추락과 다르지 않다
휘청이며 짚어가는 세상
늘 균형이 문제였다
사랑하기보다 돌아서기가 더 어려웠다
돌아선다는 것,
내가 네게서, 내가 내게서 돌아설 때
아니다, 돌아선 다음이 더 어려웠다
돌아선 다음은 뒤돌아보지 말기 그리움이 늘 나를 실족케 했거늘
그렇다고 너무 멀리 보아서도 안되리라
줄 밖은 허공이니 의지할 것도 줄밖엔 없다
외줄 위에선 희망도 때론 독이 된다
오늘도 나는
아슬한 대목마다 노랫가락을 뽑으며
부채를 펼쳐들지만 그것은 위장을 위한 소품이다
추락할 듯한 몸짓도 보이기에는 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길에서는
무엇보다 해찰이 가장 무서워서
나는 나의 객관 혹은 관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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