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학력 아니 학벌과 부모의 재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결정론적 사회'가 되었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HP를 달고 지냈다. '어떤' 소식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답이 없었다. 저녁부터는 대신 비가 내렸다. 다행히 아침 나절에 주말농장에 나가, 수확하지 않은 것들 챙기고, 주인 없는 사이에 '너무' 자란 풀들을 뽑았다. 그 풀 씨가 다른 집으로 넘어갈까 걱정되어, 씨가 다 여물기 전에 뽑아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식물들도 수확을 하지 않으면, 열린 것만 익고, 새로운 열매를 만들지 않는다. 여름 내내 고추를 따주지 않았더니, 열린 고추만 빨갛게 되고, 어린 풋고추는 없다. 호박도 마찬가지이다. 열린 호박을 그대로 두면 호박줄기가 더 뻗지 않는다. 세상 일도 마찬가지이다. 순환해야 한다.
우리가 방심하는 사이에, 한국 사회는 학력 아니 학벌과 부모의 재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결정론적 사회'가 되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계층의 이동성(mobility), 경제적 이동성과 사회적 이동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위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제 옛 이야기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사회구조 자체가 '새로운 리더'가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환경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 국가들에서는 '실력'과 '매력'이 '학력과 재력'을 이기는 흐름이다.
Angela Lee Duckworth는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동력(driver)은 'GRIT(기개, 氣槪)'라고 했다. "성공을 예측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한 가지 공동적인 특성은 좋은 지능, 좋은 외모, 육체적 조건, 아이큐도 아니고,그건 바로 기개(Grit)였다. 기개는 목표를 향해 오래 나아갈 수 있는 열정과 끈기이다. 기개는 해가 뜨나 해가 지나 꿈과 미래를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기개는 지구력이다. 기개는 삶을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처럼 인생을 사는 것이다."
기개를 지닌 사람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 '실력과 매력'이다. 기개를 지닌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스스로 목표 수준을 높게 설정하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축적된다. 그리고 그들이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기개를 지닌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또 포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넉넉한 인품이 있기에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기개가 없는 사람의 특징은 '기득권'을 만들려고 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기득권을 만들고, 이 기득권의 울타리에 들어가 있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밤부터 비가 구슬프게 내린다. 태풍이 지나가더니, 이젠 가을비가 농민들의 시름을 더한다. "찬비 내리"는 아침에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힘드실까봐/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여러 칼럼들 중, 경희대 김민웅 교수가 쓴 <프레시안>의 [김민웅의 인문정신]이 대안을 이야기 한다. 그는 이렇게 제목을 뽑았다. "'사회적 박탈감'으로 포장된 권력 카르텔의 '반격'에서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주도권 강화가 그 답이라고 했다. "문제의 핵심은 조국으로 압축되는 권력기관의 개혁에 대한 집단적 저항이 도덕성과 사회적 박탈감을 외피로 쓰고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지면, "진보적/개혁적 역량은 해체의 위기를 맞게 되며 민중의 삶은 또다시 특권 체제를 고수해온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통치 아래 들어가게 된다." 아침 글쓰기에 정치 이야기를 안 하기로 했는데, 어쩔 수 없다. 인문운동가로 오늘의 이슈를 '필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민웅 교수의 이야기를 하나만 더 한다. 이건 내 생각과 같다. "적폐세력은 집단적 생존과 그 운명을 모두 걸고 권력투쟁을 하고 있는데, 이 쪽은 정치적 순진함과 이념적 순결주의, 도덕적 아마추어리즘에 빠진 진영논리 비판에 갇혀 고도의 정치적 반격을 취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긴 글을 읽지 않고, 제목만 읽고 판단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된다. 잘 모르면, 조용히 있는 것이 길이다. "찬비는 내리고", 생각을 당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이 주위에 많아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 없습니다."
찬비 내리고-편지 1/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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