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경험이라 할 만하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8. 27. 10:37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어제 밤에는 원없이 내렸다. '갑천' 물이 어떤 지 궁금하다. 흔하지 않게 호텔 방에서 이 글을 쓴다. '아시아 와인 트로피'에 몰입하려고, 근처의 호텔에서 일주일 동안 묵기 때문이다. 어젠 환영만찬장에서 와인을 마시고, 잠시 흔들렸다. "길은 마음을 잃어/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하루 종일 와인의 세계에 빠질 것이다.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경험이라 할 만하다. 그 어떤 순수한 감각적 경험이 와인보다 더 폭넓은 즐거움과 안목을 누리게 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 날이 있었는지/김명기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가급적 아주 먼 길을 돌아가 본 적 있는지
그렇게 도착한 집 앞을
내 집이 아닌 듯 그냥 지나쳐 본 적 있는지
길은 마음을 잃어
그런 날은 내가 내가 아닌 것
바람이 불었는지 비가 내렸는지
꽃 핀 날이었는지
검불들이 아무렇게나 거리를 뒹굴고 있었는지
마음을 다 놓쳐버린 길 위에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날
숨 쉬는 것조차 성가신 날
흐린 달빛 아래였는지
붉은 가로등 아래였는지
훔치지 않는 눈물이 발등 위로 떨어지고
그 사이 다시 집 앞을 지나치고
당신도 그런 날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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