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면 와인이 떠오르는 '느린' 고급 문화가 있는 도시로 각인되었으면 좋겠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돈 벌고, 먹고 사는 일상으로부터 일탈해 보는 주말이다. 왜냐하면 오늘부터 대전은 와인으로 물들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와인 품평회의 결과 출품된 와인을 맛보는 와인 축제가 대전컨밴션센터(DCC)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 해가 벌써 7회이다. 강릉하면 커피가 떠오르는 것처럼, 대전하면 와인이 떠오르는 '느린' 고급 문화가 있는 도시로 각인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나는 오늘과 내일 또 온종일 종종거릴 것이다. 국가 대표 워터, 티, 와인 소믈리에 경기대회 준결승과 결승전도 축제장에서 치룬다. 오늘 오전은 먼저 대전시, 구 공무원들에게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강의하고, 그들과 함께 페스티벌 현장에서 와인을 체험한다.
그리고 축제기간 동안, 대전 일반 시민들을 위한 세계적인 와인교육기관 WSET가 주관하는 Wine Class가 3일 동안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와인 매니아들은 이 강의들을 통해 실력을 올릴 기회이고,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은 배우기 시작할 기회이다. 나는 오늘 오후 3시 DCC 106호에서 "와인의 가치와 마시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한다. 시음할 와인도 여러 병 후원 받았다. 오시면 와인의 기본 상식을 익히고, 여러 종류의 와인들을 시음해 보실 수 있다.
프랑스에서의 축제가 갖는 의미는 크게 다섯 가지이다. 공동체의 정체성 구현, 종교적 의례, 기념의식, 놀이 문화 그리고 자연에 대한 감사이다. 우리 대전 와인 축제의 정체성도 어떤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프랑스에서의 축제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로 규범과 도덕, 의무와 생존보다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회성으로 일탈과 발산 그리고 자유와 흥미를 즐기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축제는 너무 상업적이다. 관광 산업으로 접근한다. 시민들에게 축제의 의미를 다시 홍보하여, 어느 주말에 모여 축제를 하면서 대전 시민이 우선 즐거워야 즐겨야 한다. 그러면 외지로부터 사람들이 함께 놀자고 몰려 온다.
와인 축제하면, 우리는 디오니소스 축제를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디오니소스는 아폴론과 대립되는 신이다. 아폴론의 이성은 조형의지이다. 그것은 일정한 형식과 틀을 형성한다. 과도함을 거부한다. 무엇이든 넘쳐서도 안 되고, 너무 부족해서도 안 된다. 아폴론의 이성은 항상 절제된 세계를 지향한다면, 디오니소스의 광기는 해체 의지, 자유의지이다. 그것은 아폴론의 이성이 만들어 놓은 형식과 틀을 깨뜨리고 찢어버린다. 무한과 극한의 세계로 휘몰아친다. 그리하여 아폴론의 이성이 빠져들 수 있는 도식화, 즉 시스템을 거칠게 무너뜨린다. 여기서 창의가 나온다.
원래 디오니소스의 축제는 한겨울 밤에 거행된다. 디오니소스의 본질이 밝음이 아니라 어두움에 있기 때문이다. 겨울과 밤은 태양(아폴론)의 힘이 약해지는 때다. 아폴론의 밝음이 자리를 비운 사이 디오니소스의 어둠이 다가온다. 아폴론의 이성이 약화되는 틈을 타 디오니소스의 광기가 꿈틀거리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도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간의 긴장과 대립 속에 던져진 존재이다. 이성이 강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동안 저 밑바닥에서는 광기가 꿈틀거리고, 광기가 뜨겁게 폭발하는 순간 어느덧 이성이 가까이 다가와 차가운 물을 퍼붓는다.
디오니소스의 축제는 원래 비밀의식으로 한밤중에 거행되었다. 그래 개인적인 생각으로, 낮술이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낮은 아폴론이 지배하는 시간이라, 아폴론과 싸워야 하기에 더 힘들어 더 취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 술은 추운 겨울에 그리고 저녁에 마셔야 더 즐겁다. 그 때가 디오니소스 시간이기 때문이다. 대전 와인 페스티벌이 이 여름의 끝에 하는 이유는 유럽의 와인 메이커들이 가을에는 포도를 따야 하기에 한국까지 못 온다. 지금이 그들이 한가로운 마지막 때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디오니소스의 축제에 대부분은 여성들과 노예 등 억압받는 사람들이 차지했는데, 그들은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음식들을 먹으며, 해방을 맛보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관습과 금기를 벗어난 원시적 힘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모든 예술 행위가 태어난 이유이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일요일까지, 축제장에 오셔서 취하시기 바랍니다. "술로, 시로 또는 도덕으로, 당신의 취향에 따라.”
취하시오/샤를르 보들레르
항상 취해 있어야 합니다.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어요. 취하는 일이야말로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대의 허리를 땅으로 굽게 하는 무서운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기 위한 유일의 과제예요. 쉬지 않고 취해야 합니다.
무엇으로? 술, 시 혹은 도덕, 당신의 취향에 따라. 하여간 취하시오.
그리하여 당신이 때로 고궁의 계단이나 도랑의 푸른 잔디 위에서, 또는 당신 방의 삭막한 고독 속에서 취기가 이미 줄었든가, 아주 가 버린 상태에서 깨어난다면 물어보시오.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벽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 것, 탄식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물으시오. 지금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별은, 새는, 벽시계는 대답하리다.
“지금은 취할 시간이다! 당신이 시간의 학대 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시오! 쉬지 말고 취하시오! 술로, 시로 또는 도덕으로, 당신의 취향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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