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로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8. 22. 12:31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4일 간의 아시아 최대 와인 품평회인 <아시아 와인 트로피 2019>를 잘 마치었다. 그리고 오후에 "The Discovery of Daejeon 2019"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Amber Wine Special Tasting' 행사에, 대전 와인 매니아 10명(나를 포함)이 초대되었다. 아시아와인트로피 아시아 책임자인 박찬준 대표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과 함께 엠버 와인(Amber wine, 호박색 와인)을 12종류나 평가하였다. 흔히 우린 이걸 오렌지 와인(Orange Wine)이라고 하는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이라 부른다. 오렌지 와인은 화이트 품종을 마치 레드 와인처럼 껍질 채 오랜 스킨 컨택(Skin contact, 껍질과 접촉)을 통해 발효 및 숙성을 시켜 만들기에 오렌지에 가까운 색깔이 나온다. 그래 오렌지 와인이라 부른다. 이국적이다. 과일의 향과 질감 그리고 바디가 좋아서 아주 매력적인 와인이다. 그런데 좀 비싸다.

오렌지 와인은 오렌지로 만든 것이 아니다. 이 와인은 약 7천년 전 코카서스 3개국 중에 하나인 조지아(Georgia, 예전에는 그루지아라고 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조지아에서는 오래전부터 크베브리(Qvevri, 혹은 케브리로 발음)라 불리는 아래가 뽀족한 전통 토기인 암포라로 와인을 만들었다. 최근에 이 양조 방법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우리 영동에서도 이런 방식의 양조를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난 이번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슬로베니아의 오렌지 와인(엠버 와인이라고도 함)을 알게 되었고, 내 옆에서 함께 와인 심사를 한 조지아에서 온 Anna GODABRELIDZE를 알게 된 것이 최대 수확이다. 우리가 코카서스 3국하면,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그리고 아르메니아를 말한다. 코카서스(캅카스)는 러시아의 남부,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있는 지역을 통틀어 부르는 말로 옛날부터 민족이동이 심했던 곳이다. 여기에 있는 그루지아가 인류 최초의 포도 경작지로 알려져 있다.

와인이란 모양새는 물처럼 액체이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불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단 와인을 마신 후에는 불처럼 잘 다스려야 한다. 잘 못 마시면 불 난다.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린다. 와인의  한 성분인 이 불이 에틸알코올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술의 정체가 알코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중세 이후이다. 알코올 자체는 무미, 무취의 투명한 액체이면서 물에 쉽게 녹는 성질이 있다. 그리고 섭씨 78.4도면 끓고, 그 이상이면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이 알코올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태운다. 몸으로 흡수된 알코올은 위를 통해 온 몸으로 즉시 전달된다. 특히 혈관을 통해서 확산된다. 알코올이 온몸으로 파급되면서 나타나는 반응이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와인을 고대 그리스 인들은 '디오니소스'라는 신으로 형상화 했다. 중요한 것은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가 뜻하는 바는 단지 도취에 빠지고, 동물적 본능이나 분출시키는 것으로 그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참된 의미는 창조성에 있다. 창조력이 결여된 도취는 광기가 아니라 객기이고,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방종으로 흘러갈 뿐이다. 술은 파괴력과 창조력을 한 몸에 담고 있는 야누스적 존재다. 잘 쓰면 약이 되고 잘 못 쓰면 독이 된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술잔"만 그 비밀을 안다.

술잔/진의하

누군가를 위하여
가슴을 비우고 태어난
술잔.

외로운 이의 슬픔이건
즐거운 이의 축배이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마주앉아서
오순도순 주고받는 잔.

이승의 소금기 절인 가슴
목이 마른 갈증
가시 달린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실수록 붉게만 타오르는
너는 장미였다네.

그 누구와의 만남이든
비워서 베푸는 자리
비울수록 하늘하늘 나부끼는
꽃이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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