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에게 와인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8. 21. 09:11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아침부터 와인을 마신다. 점심 전까지 근 50여 종류의 와인을 품평한다. 물론 거의 다 뱉지만, 끝자락에 가면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면서 기분이 업(up)된다. 어제는 점심 먹고, 나는 아시아 와인 컨퍼런스에 참여하였다. 이탈리아의 "Organic Barolo"와 헝가리의 "Renovating Tradition: Dry Tokaji Formint"에서 좋은 와인들을 접했다, 그리고 "Natural Wines, Organic Wines, Biodynamic Wine"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도 참석하고, 다같이 저녁을 먹으러 대전의 원도심 <우리들 공원>의 특설 무대로 옮겨, 저녁을 먹으면서 또 와인을 실컷 마시며 우정을 다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와인의 신을 디오니소스라고 부른다. 이 신이 로마로 오면 바코스가 되고, 영어로는 바쿠스라 부른다. 우리 나라에서 사랑 받는 음료 "박카스"가 여기서 나온 이름이다. 디오니소스는 탄생 스토리부터 흥미롭다.

디오니소스는 인간의 몸에서 태어난 유일한 올림포스 신이다. 세멜레는 제우스에게 사랑을 받고 아이를 갖지만, 예외 없이 질투심 많은 헤라가 그녀를 파멸의 길로 이끈다. 세멜레의 유모로 변신한 헤라는 세멜레에게 찾아가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제우스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았느냐고 묻는다. 세멜레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헤라는 그렇다면 제우스의 사랑이 거짓일 거라고 약을 올린다.

다음날 제우스가 나타났을 때, 세멜레는 어떠한 부탁이라도 들어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면서 스틱스 강에 걸고 맹세했다. 이게 문제였다. 그러자 세멜레는 “그럼, 제우스님이 헤라 왕비님을 찾아가실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저에게 와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이 모든 것이 헤라가 짜낸 계략이었다.

그 날 저녁 세멜레는 천상의 갑옷을 입은 제우스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영광이 아니라 비극이었다. 어쩔 수 없이 제우스는 번개와 천둥으로 둘러싸인 본래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이를 본 세멜레는 제우스의 강렬한 빛과 열을 견디지 못해 타 죽고 말았다. 그러나 제우스는 타 들어가는 세멜레의 몸에서 태아를 끄집어내어 자신의 허벅지 안에 넣고 꿰맸다. 이윽고 달이 차 아이가 허벅지를 가르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데, 그가 바로 디오니소스이다.

이 디오니소스가 와인의 신이다. 그는 우리에게 와인을 선물한 신이며, 또한 와인의 기능을 상징하는 신이다. 우리에게 와인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잘 익은 포도 나무에서 떨어져 상처가 나고, 포도 껍질에 붙어 있던 천연 효모가 과즙의 주성분인 당분에 침입하면 당분은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도 와인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와인의 숙성기법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인 중세 이후였다. 그리고 우리가 와인의 실체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300여 년 전부터이다. 와인에 작용하는 미생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 현미경의 발명 부터이다. 이로써 좋은 발효균을 선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준 순수배양법이 발명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지금은 유기농 와인이라고 해서 천연 효모균을 사용하고, 자연친화적으로 포도를 재배하려는 추세이다. 특히 슬로베니아에서 나오는 오렌지 와인(Amber Wine, 호박색 와인)이 유행이다.

이런 와인을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다 '술'이라고 한다. 술이란 말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여러 주장이 있다. "술술 잘 넘어간다고 해서 술이다." "술시(戌時, 19시-21시)에 마시면 맛있다." 등이다. 그러나 여러 문헌을 살펴보면, ‘술’이란 말에서 우리 훌륭한 ‘네이밍(naming, 이름 짓기) 기술을 지닌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술은 원래 ‘물 모양을 가진 불의 성격의 물체’를 뜻하는 ‘수불’에서 시작되어, “수불”, “수불”하다가 간단하게 ‘술’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술을 알코올(Alcohol)이라 부른다. 알코올이란 단어는 아랍어의  ‘Koh'l’(숯)에서 유래된 것으로 원래는 눈썹 화장용 숯가루였다. 양조주를 처음 증류할 때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었다고 ‘Al-kohl’이라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Alcohol’이 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물 수(水)변에 닭 유(酉)자를 합성한 술 주(酒)를 써서 주(酒)라고 한다. 그냥 술 단지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의 성격을 가진 물’이라는 술의 속성을 그대로 소리에 담아 ‘술’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걸 은유적으로 말하면, "해를 품은 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낮술"을 "이러면/안 되는데"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낮술/김상배

이러면
안 되는데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김상배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