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고전을 만나면, 그것을 읽는 자에게 위대한 상상력을 선사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7. 23. 08:10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는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고전 『장자』 의 원문을 번역서와 함께 읽는다. 한자를 찾아가며 소리 내어 읽어 보기도 한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책의 반 이상을 읽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의 기술 절반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지독한 고전읽기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디슨도 고전 독서가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고전은 오랜 세월의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책이다. 고전을 만나면, 그것을 읽는 자에게 위대한 상상력을 선사한다.

오늘 아침은 『장자』 의 제4편 인간세(人間世)의 제5장 이야기를 하려 한다. 나는 이 구절에서 좋은 삶의 한가지 지혜를 얻었다.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가급적 충고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잘 배웠다. 나이가 들수록 '잔소리'가 늘어간다. 가끔씩 장자이야기를 아침 공유하고 싶다. 특히 "인간세"편 이야기를.

'인간세'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이 편은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특히 복잡한 사회, 특히 정치, 경제적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개인적으로 훌륭하게, 자유스럽게 사는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진정 기여(寄與)하면서 보람 있게 사는 길인지를 보여 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을 굶기는 것(심재心齋)'이다. 이 말은 사회나 정치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비우고, 도(道)와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라는 것이다. 세상과 무관하게 사는 은둔주의나 도피주의가 아니다. 진정으로 건설적이고 효과적으로 세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식을 고치고 차원 높은 방도를 터득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성숙한 성찰과 노력으로 시선의 높이를 올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인간세" 편의 제4장을 번역해 보았다. "덕이 두텁고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는 사람도 아직 다른 사람의 기질(人氣, 여기서 氣는 '기운=분위기')를 알지 못하면서, 이름을 위해 겨루지 않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마음(人心)을 알지 못하면서, 인의(仁義)니 법도(法道, 여기서는 먹줄과 먹이라는 승묵=행위 준칙)니 하는 말을 친절하지 못한 사람 앞에서 늘어 놓는 것은 실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하는가? 남의 못됨을 이용하여 자기 잘남을 드려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남의 결점을 기회로 하여 자기의 장점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이는 '남을 해치는 것'이다. 문제는 남을 해치면 자신도 반드시 해침을 당한다는 것이다." 원문은 사족으로 단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충고(忠告)를 하지 말라는 말이다. 상대방을 위한다고 하면서, 은근히 제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의 "부부"처럼, 그냥 상대방의 "걸음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다. 상대방의 결점을 기회로 하여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부부/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함민복 #와인복합문화공간_뱅샾62

PS 1
且德厚信矼(차덕후신강) 未達人氣(미달인기)
名聞不爭(명문부쟁) 未達人心(미달인심)
而强以仁義(이강이인의) 繩墨之言(승묵지언)
衒(術)暴人之前者(현폭(포)인지전자)
是以人惡有其美也(시이인오유기미야)
命之曰(명지왈) 菑(災)人(재인)
菑人者(재인자) 人必反菑之(인필반재지)
若殆爲人菑夫(약태위인재부)

PS 2

정신과 의사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보면, 그녀는 "적정 심리학"라는 말을 한다. 상대방의 존재 자체로 진입하면, 거의 모두가 치유된다고 한다. 예컨대, 태극기 할아버지도 그의 존재에 집중했을 때 할아버지는 드디어 세상이 아닌 나의 얘기를 꺼내고, 과거 상처들을 토해 내며 사과까지 한다고 한다. 그건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지 않고, 그 할아버지의 가슴으로 직접 진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작정 들어 주기만 하는 경청이나 무작정 호응만 해주는 공감이 아니라, '적정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이 가려운데 구두를 긁지만 말고, 가려운 맨살을 만져 주는 것이다. 여기서 맨살이란 존재 자체이다. 아픈 이의 마음과 감정이다. 몇 시간이나 얘기를 들어줘도 말하는 사람도 경청한 사람도 개운치 않는 것은 과녁이 정확치 않아서 이다. 사건이나 상황 자체에 휘둘려 존재 자체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