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자기가 없고, 공로가 없고,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에 집착하거나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7. 21. 09:37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60대 여성 작가  세 명이 이렇게 말하는 남편의 조건을 SNS에서 읽었다. 눈물이 난다.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 1: "남자 얼굴 말고 돈 봐. 근데 내가 말하는 부자란 내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돈 아까워하지 않고 척척 도와주는 사람을 말하는 거야. 백억을 가졌어도 내놓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어."  
작가 2: "내 생각은 좀 달라. 남자한테 경제적으로 기대다 보면 삶까지 종속돼 버리는 수가 있어. 그러니까 결혼하더라도 일 그만두지 말고 자주적으로 살아. 알았지?"
작가 3: "두 분 말씀 다 일리 있어. 그래도 딱 하나 반대 의견을 내놓자면 남편 될 사람 얼굴은 자다가 일어났을 때 놀라지 않을 정도는 돼야 해. 난 사십 년을 같이 살았는데 아직도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창 밖은 비가 밤새도록 내린다. 어두운 창 밖을 보다가, 난 틈나는 대로 적어 두었던  "한살이 지혜 20"이 생각났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은 명예, 인기, 성공의 증명이 아니다. 그렇게 바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고, 사실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할 수 있다. 바쁘지 않다고 자신이 하찮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쉴 수 있어, 감기 따위 같은 것에 강하고 건강하다. 그리고  장자가 주장하는 '3무(無)'가 더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영성적이고 성숙한 사람이 되게 한다. '3무'는 무공(無功), 무기(無己), 무명(無名)이다. 자기가 없고, 공로가 없고, 이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에 집착하거나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아나 공로나 명예의 굴레에서 완전히 풀려난 사람이다. 그 반대가 속물근성(俗物根性)이다. 즉 그들은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비난을 싫어한다.

"남에게 희생을 당할만한/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살인을 한다." (김수영 시, "죄와 벌"의 일부) 처벌 받을 각오를 하는 사람만이 살인을 하듯이, 누구를 많이 미워하고 버린 만큼 우리는 다른 사람을 더 소중하게 만날 것이다. 그리고 버려 보았기 때문에 아무나 잡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는 박수와 같다. 소리가 혼자서는 안 난다. 내가 속물이면 그 사람도 그만큼 속물이다. 사랑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슬픔의 둑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장마같은 비는 쉬지 않고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며 '일정한' 소리를 낸다. 조용히 '빗물'을 생각한다.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리고 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 바다가 바다인 이유는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주기 때문이다. 물은 '내려감'이 결국 '올러감'임을 잘 알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끊임없이 자기를 낮추며 낮은 곳을 향하여  흘러가는 물에게서 우리는 겸손을 배워야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같이 사는 것이 잘 사는 길이다. 봄비, 여름 장마비, 가을의 이슬과 서리 그리고 겨울의 눈(雪), 물의 순환으로 자연은 우리에게 말없이 가르친다. 그러니 마냥 슬퍼할 일은 아니다. 우리는 성주괴공(成住壞空, 우주의 생성-성장-퇴화-소멸의 과정)의 우주에서 생노병사(生老病死)의 숙명을 타고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눈물/서윤규

또다시
네 몸 속을 흐르던 물이
역류하듯 밖으로 흘러 넘치는구나.
올 장마엔
어느 저수지에 가둔
슬픔의 둑이 무너져 내린 것이냐.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서윤규 #와인복합문화공간_뱅샾62

PS
"모든 것은 우주 전체의 조화로운 원리와  상호 관계에 따라 순리대로 되어갈 뿐이다." 그냥 한 문장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세상을 이해하는 답이 그 속에 들어 있다. 늘 외우고 다니는 문장이다. 우주에는 하나의 로고스(原理)가 있는데, 그게 조화롭다. 그런데 고지식하게 그 원리에 따라 우주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계가 있다. 관계론이 나온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관계적' 태도로 하루를 사는가에 따라 일이 순리(順理)대로 가느냐 아니면 그 반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