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을 '가능성'이라고 보기보다는 '절망하지 않기'로 받아들이고 싶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대학에서 은퇴하신 송인창 교수님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아파트인문학>을 개최한다. 벌써 61회를 하였다. 지난 토요일에는 독일에서 공부하였다는 하일선 교수님을 모시고 "교육이 희망이 되는 이유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우리는 강의를 들었다.
희망(希望, 프랑스어로는 espoir)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그리고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 또는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지나간 과거는 잊고, 다가올 미래에 너무 기대하지 않고 '지금-여기'서 최선(最善)을 다해 순간을 살기로 하고, 매일매일 일상을 지배하며 충만하게 하루를 보내기로 하면서, 희망을 무시했다.
하루를 최선으로 보내려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나를 흥분시키는가 물어 보아야 한다. 만일 나에게 감동이 없다면, 내가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침체이다. 농장 가는 길의 꽃들은 자연의 순환에 맞춰, 한 순간 피었다가 아랑곳하지 않고 시들어 버렸다. 잘은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자연은 그 순간에 최선을 소진한다. 내 동네 탄동천의 물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자신이 가야할 곳, 바다를 향해 묵묵히 인내하고 흘러간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오늘 하루도 어제와 같은 일상을 꾸준히 실천하며, 하루를 또 다시 최선으로 보내려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다 희망에서 오는 '가능성'을 보태면, 내 삶이 더 희망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교수는 "희망은 희망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가 정의로워야 하고, 사랑이 사랑스러워야 하고, 문화가 문화적이어야 하는 것처럼. 희망을 "어떤 일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정의하고, 그 정의에 '누가'와 '무엇'을 넣으면, 교육이 희망이어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볼 수 있다. 누구의 자리에 내가 들어가면,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마음,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희망이다. "가장 마지막에 죽는 것이 희망이다."라는 독일어 문장을 배웠다. 키에로케고르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다. 희망의 손을 뿌리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죽는다. 많은 화두를 얻었다.
오늘 아침 나는 희망을 '가능성'이라고 보기보다는 '절망하지 않기'로 받아들이고 싶다. 게다가 나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나 아닌 외부의 모두에게도 희망의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나는 다짐한다. 하교수는 "희망의 자리"를 나 아닌 친구, 이웃, 학교, 직장, 국가로 넓혀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교육이 희망인 이유가 된다.
- 교육이 개인(나)이 희망의 자리가 되도록 하는 일: 학교교육, 평생교육
- 교육이 부모(가정)가 희망의 자리가 되도록 하는 일: 부모교육
- 교육이 교사(학교)가 희망의 자리가 되어야 하는 일: 교사교육
결국 나, 부모, 선생님(학교), 사회가 희망의 자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다.
여기서 교육의 본질은 자기실현(자아완성)이다. 우리 인간으로서 자기실현은 "인간다움"이 되는 것이고, 나(개인)로서의 자기실현은 '나다움'이 되는 것이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옥수수는 "희망의 거처"를 찾아 "땅에 닿지 못할 헛발일지라도/길게 발가락을 들이민다." 버드나무는 "제 흠집에서 뿌리를 내려 제 흠집에 박는다." 나도 신(神)처럼 나의 잠재성이 현실성이 되는 그날까지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며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내 이웃과 내 사회 속에서 인문운동가로 희망의 자리가 될 것을 다짐한다. '인간다움'과 '나다움'을 잊지 않고.
희망의 거처/이정록
옥수숫대는
땅바닥에서 서너 마디까지
뿌리를 내딛는다
땅에 닿지 못할 헛발일지라도
길게 발가락을 들이민다
허방으로 내딛는 저 곁뿌리처럼
마디마다 맨발의 근성을 키우는 것이다
목 울대까지 울컥울컥
부젓가락 같은 뿌리를 내미는 것이다
옥수수밭 두둑의
저 버드나무는, 또한
제 흠집에서 뿌리를 내려 제 흠집에 박는다
상처의 지붕에서 상처의 주춧돌로
스스로 기둥을 세운다
생이란,
자신의 상처에서 자신의 버팀목을
꺼내는 것이라고
버드나무와 옥수수
푸른 이파리 눈을 맞춘다.
*"온 세계는 그 본래의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자연의 생동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는 완성을 향한 충동으로 가득 차 있고, 자연은 바로 이런 완성을 향한 충동이다. 자연이란 자기실현과 자기 완성의 엄청난 사건이다." (빌헬름 바이셰델, 『철학의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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