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1세기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능력 16가지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7. 13. 20:48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3년 전인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총회가 열려 '다보스 포럼'이라고 함)은 '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면서 기초 문해력(文解力, literacy), 역량, 인성이라는 세 그룹으로 나누어 '21세기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능력 16가지'를 발표한 적이 있다.
- 기초 문해력: 여기서 문해력은 데이터, 통계 등의 각종 숫자를 이해하고, 매일매일 변화하는 과학 기술, 경제, 정치 상황 등의 지식을 수용하며, 시민으로 문화 예술 활동 및 공공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올바르게 파악하는 등 '잘'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말한다. 왜 기초라는 말이 붙었을까? 역량이나 인성도 문해력이 기초를 이루어야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문해력은 가정, 직장, 사회 등 일상 영역에서 갖가지 형태로 쏟아지는 정보들을 수용해 그 진실성이나 중요성 등을 파악하고, 자기 자신의 삶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이라 보는 것 같다. 무엇을 마시는가, 무엇을 먹는가의 문제도 '음식(飮食, 음료와 요리) 문해력'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모든 문제에 '해(解)'가 필요하다.
- 역량(力量)은 일상을 살면서 도전 받는 복잡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전적으로 말하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그러나 주어진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남과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경계를 넘나들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소통하고 협업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skills), 협동력(Collaboration)으로 나뉜다. 이걸 우리는 '4C'라고 한다. 유발 하라리도 "네 개의 C"를 말한 바 있다. "학교 교육의 내용을 '4C', 즉  Critical thking(비판적 사고), Communication(의사소통), Collaboration(협력), Creativity(창의성)으로 전환해 야 한다."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혼조 다스쿠는  "여섯 개의 C"를 말한 적이 있다. "시대를 바꾸는 연구에는 '6개의 C'가 필요합니다. Curiosity(호기심), Courage(용기), Challenge(도전), Confidence(확신), Concentration(집중) 그리고 Continuation(연속)입니다."
- 인성은 인간성(人間性)의 줄임 말이다. 인성은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대응하는 능력으로 6가지로 나뉜다. 호기심, 자기주도성, 끈기, 적응력, 리더십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 각성이 해당된다. 인성을 틈나는 대로 강조하시는 분이 조벽 교수이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 하고 말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인성이 실력자에게 '갑질'을 당해도 비굴하게 빌붙는 태도가 아니라 '타인과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정의했다. 인성이 곧 실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흔히 말하는 실력이 전문지식과 기술이라면, 인성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이며, 따라서 인성 역시 실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성교육의 세 가지 요소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자기조율’, 다른 사람과 어울려 일할 수 있는 ‘관계조율’, 공동체를 위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공익조율’을 꼽았다. 그는 특히 다가오는 인공지능시대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능력이 더 없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한국을 보니까 집단지성이 아니라 그냥 집단이에요. 끼리끼리 모여 있는 집단. 학연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쳐 가지고 기득권 유지에만 목표를 두고 있어요. 끼리끼리 모여 가지고 온갖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는 게 바로 집단 실성하는 거죠.”

어제 오후는 "대전의 사회문제해결형 혁신 성과와 과제"라는 포럼에 참석하여, 많이 배우고 저녁까지 얻어 먹고 왔다. '엉덩이의 함'으로 견딘 덕분이었다. '문해력' 이야기를 하려다가 너무 멀리 왔다. 오늘 아침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성인 문해력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2013년 OECD에서 PIAAC(성인대상 국민 역량 평가)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의 16-24세는 상위권에 있었지만, 55-64세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25세를 기점으로 수준이 내리막을 탄다. 질 낮은 대학 교육과 너무 많은 노동시간 등으로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 같다.

민주주의는 말과 글로 하는 것인 만큼, 문해력이 떨어지면 사회를 민주적으로 이끌 수 없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복잡한 문제를 협력해서 해결하는 능력이나 빨라진 세상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감수성도 함께 떨어진다. '관찰과 세밀 묘사'의 대가인 김기택 시인의 "사무원"처럼.

사무원/김기택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 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