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과 더불어 향기로워질까
9년 전 오늘 글입니다.


대전문화연대 6월 테마 걷기: <태안 솔향기길>을 다녀와서
태안은 1982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발령을 받은 곳이다. 그러니까 벌써 34년 전의 일이다. 지금에 비하면, 세상을 너무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 곳을 다시 가는 동안 내 삶의 '기차'가 지난간 공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날이 흐리니까 더 잘 보였다. 이번 대전문화연대 6월 테마걷기로 정한 곳이 '그 문제'의 태안이었는데, 지금은 고속도로가 좋아 대전에서 일일코스로 가능했다. 그 당시 같아서는 대전에서 태안을 가는데만 하루 걸렸다.
여러 사람들이 이 코스가 좋다고 하여, 특히 지난 해 여름에 다녀온 회원들의 강추로 이루어진 것이다. 몇몇 회원들은 작년 여름에 태풍을 만나 이 코스를 제대로 걸어보지 못했다고, 금년에는 6월에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도 짙은 안개로 바다를 충분히 보지 못했다. 그러나 햇볕이 없어서 걷기에는 더 좋았다.
우리는 유성 IC 앞 월드컵 축구 경기장 옆 주차장에서 8시 만나 출발했다. 전체 인원은 7명이었다. 새로 나오신 분이 두분이었다. 우경님 친구, 남대현님, 그리고 늘 함께하시는 김교수님, 나 목계, 우경님, 허정님과 동료 함여사님. 차를 두 대로 나누어 타고 열심히 달려갔더니 약 3시간이 소요되었다. 차로 처음 도착한 곳이 꾸지나무골해수욕장이었다. 이미 수십 대의 승용차와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코스는 소나무가 많아 솔향기가 난다고 하는데, 그 날은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짙어 향을 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신 기억하고 있는 향으로 머리를 가득 채웠다.
향을 맡는 기관은 원래 뇌의 가장 깊은 부분에 근육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치매에 걸린 사람은 향을 못 맡는다고 한다. 나는 벽에 *를 칠한다는 치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향을 잘 기억하고 잘 맡는 사람은 뇌가 건강한 사람이다. 향을 감지하는 그 부위는 근육으로 되어 있어 '안타갑게' 기억하고 있는 향만 감지하고, 근육이기 때문에 운동을 안시키면, 다시 말해 '그냥' 향에 관심없이 나이만 먹으면 이 기관이 퇴화하여 결국 향을 모르고 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실 때 마다 향을 감지하는 근육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감각이 살아서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고, 게다가 '감각의 지평'이 확대된단다. 와인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잘난 척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와인 소믈리에들에게 당신에게 주관적으로 좋은 와인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향이 좋은 와인을 꼽는다.
향 이야기가 나왔으니, 나는 이 말을 기억하고 싶다.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 꽃의 향기는 백리가고, 술 향기는 천리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우린 솔향기는 충분히 맡지 못했지만, 숲 향기와 함께 사람의 향을 맡으며 걸었다. 기왕에 향 이야기를 하니까, 시도 한 편 소개한다. 참고로 향자가 이름에 있는 새로운 신입회원도 계셨다. 웃음이 예쁜 분.
나는 무엇과 더불어 향기로워질까/김행숙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어우러질 때 아름답다.
잘 대비되는 우주의 빛으로
실내악을 연주하듯이
쓴 맛, 단맛이 어우러져
씹을수록 미묘해지는
살아가는 일은
때로는 곰삭아져서 향기로
익은 맛이도 되기도 한다.
배설물을 향수로 만든다는
향유 고래처럼
나는 무엇과 어루러져
향기로워질 것인가?
흥미로운 것은 사람이든, 식물이든 편안한 환경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록 더 향기를 낸다는 사실이다. 바닷가에서 늘 불어오는 해풍과 싸운 소나무는 의연하고 짙은 향기를 품게 된 것일게다. 이 글에서는 더 사유를 확장시키지 않겠다.
화제를 바꾼다. 이 <솔향기길>은 안타가웠던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 당시 방제 작업을 위해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는 자원봉사자들의 편의를 위해 길을 닦았는데, 이후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따라 산책로로 조성된 것이라 한다. 우리는 중간에 식당이 있을 것으로 알고,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코스라 점심을 굶을 예정이었지만, 다행스럽게 중간에서 <쉼터>를 만나 색다른 바지락 칼국수와 당진 면천 막걸리와 싱싱한 해삼을 먹을 수 있었다. 퀴즈: 산에는 산삼이 좋다면, 바다에는 **이 좋다. 우리가 해삼을 먹게 된 사연은 쉼터의 '서방님'이 칼국수를 끓이다 보니 면을 풀어주지 않아 뭉치고 덜 익었다고 흉을 봤더니, 그 서방님이 미안한 마음에 해삼을 회로 그리고 데쳐서 두 접시를 서비스로 주신 것을 우리들은 먹게 된 것이다.
밀가루로 불어오르는 배를 안고, 계속 걸은 <솔향기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안했다. 적당히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코너를 돌면 바다가 나오고, 또 사라지고, 어느 곳은 흙길, 또 어떤 때는 바닷가 백사장 길도 걸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걸으면서 배는 부른데, 각자 준비해 온 간식을 먹어야만 했다. 왜? 배낭을 줄여야 하니까. 그렇게 쉬면서 오후 3시 30분까지 걷고, 서둘러 대전으로 되돌아 왔다. 걷기 코스는 다시 또 오고 싶을 정도로 좋았지만, 대전까지 되돌아오는 길은 좀 멀었다. 그래서 중간에 예산 휴게소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크림으로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하며 즐기기도 했다.
꼭 말하고 싶은 것이 하나 또 있다. 먼 길 운전해주신 김교수님, 허정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새로 오신 두 분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