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당신이 어떤 것들을 먹는지 알려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겠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6. 19. 14:39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대전문화연대에서는 격월로 <2019 대전문화학교: 인간과 문화를 말하다>를 연다. 이번 달에는 오렌지 나인 박종선 대표를 모시고 "식탁에서 발견한 대전사(史)" 강의와 토론을 어제 함께 했다. 참 흥미로웠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많이 모르고 있었다.

"당신이 어떤 것들을 먹는지 알려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겠다" 브리아 사바랭의 『미식예찬』에 나오는 말부터 시작하였다. 무엇을 먹는지 말해 보아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19세기 독일 철학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는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오늘 먹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따져볼 사안이다.

세상에 귀중한 것이 다 그렇듯이, 음식도 절제할 때 빛난다. 요즈음 우리는 너무 먹는다.  나에게 어울리는 적당한 음식을 먹을 때,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뿐만 아니라, 절제된 식생활은 자신을 수련하고 건강한 인간으로 훈련시키는데 필수조건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배가 부르면 아무리 좋은 음식이 있어도 먹지 않는다.

그리고 식사는 가급적 혼자 먹기보다는 함께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기회가 되는대로, "사랑은 식탁을 타고 온다"고 말한다. 먹는 문화란 단순한 식도락의 차원이 아니다. 음식 요리는 하나의 종합 예술로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며, 만일 먹는 문화가 있다면, 그 때 먹는 것은 생존의 차원이 아니라 세련된 문화의 일부분이어야 한다. 레스토랑에서의 외식은 단순한 끼니 때우기가 아니라, 섬세한 미각을 가진 자신들의 혀를 만족시키면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적인 삶이어야 한다. 식탁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워주는 물리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함께 밥 먹는 사람들의 사랑과 정을 나누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최근 쉽게 분노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사랑과 유대가 넘쳐흐르는 식사 공간의 증발과 식탁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정서적 접촉 기회가 부족한 결과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틈나는 대로 딸과 식사를 함께 한다.

오늘 아침 다시 이 문장을 되뇌어 본다. '행복하기 위해 물질적 풍요가 필요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사회에서의 성공이 필요하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에 대해 자동으로 반응할 뿐, 이 공식의 원래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물신주의'와 '성공 지상주의'에 빠져 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성공하다'라는 영어의 'succeed'은 '~을 향해 따라가다'란 어원이다. 성공이란 자신이 깨달은 삶의 원칙을 기꺼이 따라가는 행위이다

성공시대/문정희

어떻게 하지? 나 그만 부자가 되고 말았네
대형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
옷장에 걸린 수십 벌의 상표들
사방에 행복은 흔하기도 하지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자장면
오른발만 살짝 얹으면 굴러가는 자동차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하면
나 어디든 갈 수 있네
나 성공하고 말았네
이제 시만 폐업하면 불행 끝
시 대신 진주목걸이 하나만 사서 걸면 오케이
내 가슴에 피었다 지는 노을과 신록
아침 햇살보다 맑은 눈물
도둑고양이처럼 기어오르던 고독 다 귀찮아
시 파산 선고
행복 벤처 시작할까
그리고 저 캄캄한 도시 속으로
폭탄같이 강렬한 차 하나 몰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만 하면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문정희 #와인비스트로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