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새로워지려거든,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가 좋아하는 한 도반(道伴)의 카카오톡 대문에 "일일시호일"이라 적혀 있었다. 나는 이 다섯 자를 매우 좋아한다. 이 말은 일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오모리 다쓰시 감독의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이 영화는 일본에서 40만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 에세이 『‘매일매일 좋은 날』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저자 모리시타 노리코가 40년간 다도를 배우며 알게 된 인생을 담은 에세이다. 지난해 타계한 ‘일본의 국민엄마’인 키키 키린의 마지막 유작이었다. 이번 주말에 키키 키린의 연기를 담은 영화들을 볼 생각이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은 중국 당송오대(唐宋五代)의 승려인 운문 스님의 가르침이다. 그는 운문종(雲門宗)을 열어 중국과 일본의 임제선(臨濟禪)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말은 매일매일이 즐겁다는 게 아니라 현재 싫은 일 혹은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일일시호일'은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과는 글자는 비슷하지만 뜻은 조금 차이가 있다. '일신우일신'은 주체적으로 노력해 날이 갈수록 새롭게 발전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반면 '일일시호일'은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하루의 일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매 순간 살아가자는 것으로 여겨진다. 격렬한 이념대결로 매일 시끄러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일일시호일'은 달관의 경지를 가르치는 듯하다.
‘일신우일신’은 은나라 탕왕의 세숫대야에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진실로 새로워지려거든,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세계는 동사로만 존재한다. 새로워지려 하는 것이 세계와 접촉하는 일이다. 생존의 터전인 세계가 계속 새로워진다. 세계가 새로운 곳으로 계속 이행하는 운동을 우리는 변화라고 한다.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새로워져야 한다. 세계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이념이나 가치관도 바꾸지 않으면 그 이념의 주인도 따라서 도태된다.
인문 정신이란 야성(野性)을 키우는 일이다. 마음 속의 야수(野獸) 한 마리를 키우는 것이다. 짐승처럼 덤비는 일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여는 것이다. 집착을 버린다. 탐이 날수록 "놓아라, 그리고 비워라!"이다. 실제로 이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이치를 받아들이면 집착할 것이 없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탐/진/치'이다. 우리는 그것을 '삼독(三毒)'이라고도 한다. '탐욕'과 '진에'와 '우치'의 줄임 말이다.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 다르게 말하면, 욕심, 성냄, 어리석음이다. 이것을 다시 두 개로 줄이면, '아집(我執)'과 '무지(無知)'이다. 아집은 내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아집과 무지를 버리는 일은 시장 좌판대에 진열된 생선이 아니라, 요동치는 물길을 헤치는 물고기로 살아 가는 일이다. 야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오늘 공유하는 시의 "낙타"처럼,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하루의 일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매 순간 살아가자는 것이다. "일일시호일".
낙타/김진경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오히려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
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
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
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주겠네.
때때로 오아시스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사막 건너의 푸른 들판을
이야기하진 않으리.
자네가 절망의 마지막 벼랑에서
스스로 등에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설 때까지
일어서 건조한 털을 부비며
뜨거운 햇빛 한가운데로 나설 때까지
묵묵히 자네가 절망하는 사막을 가리키겠네.
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네.
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까지는
거대한 육봉 안에 푸른 벌판을 감추고
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
사막 건너의 들판을 성급히 찾는 자들은
사막을 사막으로 버리고 떠나는 자.
이제 자네 속의 사막을 거두어내고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서게나.
자네가 고개 숙인 낙타의 겸손을 배운다면
비로소 들릴걸세
여기저기 자네의 곁을 걷고 있는 낙타의 방울소리.
자네가 꿈도 꿀 줄 모른다고 단념한
낙타의 육봉 깊숙이 푸른 벌판으로부터 울려나와
모래에 뒤섞이는 낙타의 방울소리.
#인문운동가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시하나 #김진경 #와인비스트로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