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는 어진 사람이 되는 거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5. 14. 18:00

1년 전 오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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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5월 11일)

나는 '어지니'가 되고 싶다. '어지니'는 '어질다'에서 나왔다.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다. 예) 어딘지 위엄을 풍기면서도 조용하고 어질어 보였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목표는 어진 사람이 되는 거다. 공자가 본 어진 사람은 강직하면서 의지가 굳은 사람이고, 일상에서 질박한 것을 좋아하고 과묵하면서 진중한 이다. 그래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왈: 강의목물, 근인(子曰: 剛毅木訥, 近仁)

▪ 강(剛): 강직하다는 말로 마음이 꼿꼿하고 올곧다는 뜻으로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신념을 바꾸지 않으며 유리함과 불리함에 따라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
▪ 의:(毅) 뜻한 바를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가는 의지력이 강한 것을 뜻한다. 강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과 관련된다면 의는 결심한 것을 실현내려는 추진력과 관련된 표현이다. 브런치에서 팽소아라는 분은 "강은 펀치력이 강하다는 취지라면, 의는 맷집이 강하다고 표현했다." 나는 그것보다 강은 신념이고 의는 그것의 실천력이 강하는 것으로 읽는다.
▪ 목(木):  그냥 나무로 읽어 목석처럼 뻣뻣하거나 멍청하다는 뜻보다는 통나무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나무는 사람이 꾸밈과 감춤이 없고 화려와 사치를 싫어하며 겉모습보다 내면의 뜻을 더 중시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 눌(訥): 말솜씨가 없어서 더듬거리며 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입이 무겁지만 꼭 해야 할 말은 하기에 진중하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재잘재잘 떠들어대지 않을 뿐 입을 열면 조리 있게 말을 잘하기에 함부로 얕볼 수 없다는 거다.

어진 사람은 그냥 착한 사람이 아니다. 속이 없는 듯이 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 강직함이라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한 불굴의 추진력이 굳건함, 즉 의이다. 그에 비하면 질박함과 진중함을 갖추는 일은 일상의 생활 태도이다.

어진 사람/백무산

어질다는 말
그 사람 참 어질어, 라는 말
그 한마디면 대충 통하던 말
가진 사람이나 못 가진 사람이나
양반이나 상것이나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그 사람 어진 사람이야, 그러면 대충 끄덕이던 말
집안 따질 일이며 혼처 정할 일이며 흉허물 들출 일에도
사람을 먼저 보게 하는 말
나머진 대충 덮어도 탈이 없던 말

시장기에 내놓은 메밀 묵 맛 같은 사람
조금 비켜서 있는 듯해도
말끝이 흐려 어눌한 듯해도
누구든 드나들수록 숭숭 바람 타는 사람
보리밥 숭늉 맛 같은 사람
뒤에서 우두커니 흐린 듯해도 끝이 공정한 사람
휘적휘적 걷는 걸음에 왠지 슬픔이 묻어 있는 사람
반쯤 열린 사립문 같은 사람
아홉이 모자라도 사람 같은 사람
아버지들 의논을 끝내던 그 말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어질기만 해서 사람 노릇 못해,
그럴 때만 쓰는 말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어지니가 되려면, 질박(質朴, 質樸)해야 한다. 질박하다는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는 말이다.  '수수하다'는 '물건의 품질이나 겉모양, 또는 사람의 옷차림 등이 돋보이거나 화려하지 않고 평범하면서도 검소하다 또는 사람의 성질이나 태도가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까다롭지 않아 순수하다'로 풀이된다.

도올 김용옥 교수에 의하면, 우리는 이 '박(樸)'을  '박(朴)'으로 잘 쓰는데, '박(朴)'은 '박(樸)'의 약자라는 거다. '통나무 박'자이다. 목수의 손을 거친 다듬어진 나무들에 비해 통나무는 껍데기도 있고 흙도 묻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맥락에서 '질박, 투박, 소박'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동시에 통나무는 가공되지 않은 원목으로 가공하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가능성, 즉 잠재력, 다시 말해서 허(虛, 빔)의 극대치를 상징한다.

최근에 늘 마음에 품고 사는 것이 노자 <<도덕경>> 제19장에 나오는 "견소포박, 소사과욕(見素包樸, 少私寡慾)"이다. 이 말은 '순결한 흰 바탕을 드러내고, 통나무를 껴안아라! 사사로움을 적게 하고, 욕심을 적게 하라!'란 뜻이다. 좀 더 자세하게 풀면, 물들이지 않은 무명천의 순박함을 드러내고, 다듬지 않은 통나무의 질박함을 품는 것, '나' 중심의 생각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이라는 것이다. '질박함'이란 먹는 것은 기름지고 걸쭉하고 느끼한 것이 아니라, 덜 가공한 담백하고 소박한 음식이고, 옷은 요란한 색상이나 과장된 디자인은 피하고, 질박하고 수수한 디자인을 찾는다. 몸에 편하게 입는다. 미끈하고 반짝거리고 화려하고 화끈함은 물건이건 인간 관계이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