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호수가 아름다운 것은 바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5. 2. 16:05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난 한 주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움직이지 않다가, 몇 가지 일정을 소화했더니, 몸이 피곤했다. 그래 어제는 하루 종일 일정 없이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부처님 오신 날 찍은 호수 사진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며 밀린 칼럼들을 읽었다.
- 바다를 본 사람은 호수를 보고 바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호수가 아름다운 것은 바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일 듯이 말의 파장이 운명을 결정 짓는다. 오늘은 어제 사용한 말의 결실이고 내일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였습니다. 그리고 힘들고 지쳤을 때, 누군가 건네 준 위로와 희망이 담긴 한 마디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이다.
지난 글들은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그 저녁/한서윤

호수에 나갔습니다.
기운 없는 저녁
지난 봄 놓고 간 체온에 기대어 앉았지요
당신은 없었구요
검붉은 노을만 가쁜 숨 몰아 자결하고
물살 위로 은빛 비늘이 반짝이며 웃더군요

소롯길따라 느리게 걸었습니다
의욕 없는 저녁
아슴프레 한 시간이 천천히 따라오더군요
당신은 없었구요
배시시 웃고 있는 산딸나무 하얀 얼굴 몰래
노을 몇 줌 주머니에 넣었지요

오랫동안 곰곰이 당신 생각만 했습니다

나는 한겨레 신문 김종철 기자의 <여기>라는 코너를 좋아한다. 김기자가 찾는 곳은 국가나 사회, 민족 등 추상적인 단어보다 그 실질을 이루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람들이다. 그래 좋아한다. 그의 글은 '지금-여기'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오늘은 고양시 덕양중 이준원 전 교장으로부터 여러가지 배운다.(한겨레 <김종철의 여기>, 2020년 4월 19일)

1.  "아이들은 감에 비유하면 떫은 땡감입니다. 달콤한 홍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합니다." 땡감 같은 아이들에게 달콤한 홍시 기대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다.

내가 좋아는 단어 중의 하나가 숙(熟) 자이다. 숙고, 숙려, 숙성, 성숙 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음식의 비결이 있다. 익을 '숙'자이다. 삶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와인도 잘 숙성된 와인이 최고로 대접받는다. 사람도 성숙을 향한 과정이 훌륭해야 잘 사는 "웰-빙(Well-Being)이 아닐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내라는 것이다. 온도는 맛의 기본이다. 하지만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비결이 있다. 음식 안에 시간과 계절을 담아야 한다. 오래 발효된 장이 깊어지는 것도, 김치가 숙성되는 것도, 오래된 차가 맛있어지는 것도 그런 이치다.  

땡감(홍시나 곶감이 아닌 떫은 감)인 중학생들이 하루 아침에 홍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어른들이 기다려주고 존중해주고 공감해주고 때로는 엄격한 훈계를 해주면서 그 시기를 잘 견뎌야 되는데, 우리는 학생들을 존중하고 공감해주어야 할 인간이나 교육의 주체로 봐주지 않고 그냥 가르쳐서 버르장머리를 고치려고만 한다.  그러니까 이이들이 더 튀는 거다. 그래서 먼저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아이의 행동이 변한다. 심한 갈등 상황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좋은 관계를 만든 다음 교육을 해야 한다.

1. 중학생들의 사춘기에 보이는 거친 행동은 부모 탓이다. 인격적으로 대우하면 그 '무서운' 중2병이 없어진다. 그는 "이른바 중2병을 병이라고 본다면 흰머리도 병이다"고 말했다.

2.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재미 없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초중고에서는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지식을 외우고 익히는데 급급하고, 친구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 학교가 덕양중학교이다. (1) 이 학교의 학생들은 교무실뿐 아니라 교장실까지 수시로 드나들고, 선생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한다. (2) 수업은 자체로 만든 교재를 이용해 토론식으로 이뤄지며, (3) 시험도 5지선다형이 아니라 서술형이다. (4) 선생님들은 수업만 끝나면 가방 챙겨 퇴근하는 대신에 학습공동체를 꾸려 아이들 교육을 위한 공부를 한다. (5) 부모들도 모여 마음치유 공부 등을 하면서 소통하고, 학교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가한다. 많은 학교들이 이를 본받았으면 한다.

3. 요즈음 아이들 대부분은 존재 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성적으로만 인정받는다. "감시하고 억압하고 질책하고, 자신의 잣대나 틀 안에 들어왔느냐 아니냐 하는 걸로 잔소리해서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 엄격한 경계 세우기는 하되 교사와 학부모 뿐 아니라 아이에 대해 한 명 한 명의 존재 자체를,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여야 한다. 그는 교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교장 대 학생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자. 말이 아니라 행위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실제 아이들이 사랑에 굶주리고, 좋은 관계에 목말라 있다. 성적으로 줄 세우고, 외모로 평가하는 데 아픔이 크기 때문이다.

4. "붕어빵처럼 똑같이 찍어내는 교육은 가라!" 학생은 단순한 피교육자를 넘어 배움의 주체이어야 한다. 교사들은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토론식 수업의 진행자이자, 내면이 치유된 본래 의미의 '교육자'이이어야 한다.

교육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며 스스로 깨닫기를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다. 교육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다양한 답이 있으니, 자신에게 알맞은 답을 찾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교육은 회초리로 학생들을 다그쳐 빨리 많이 외우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핸드폰에 세상의 모든 지식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교육(敎育)하다"라는 영어는 'educate'이다. 이 말은 학생들이 각자 지니고 있는 고유함을 자극하여, 그것을 '밖으로(e-) 끄집어내는(-ducate) 것이다.

6. 2008년부터 이 학교는 '지역 사회와의 네트워크', '재미 있는 학습, 즐거운 학교', '교사 학습 공동체 강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걸고 변화를 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2년부터 이준원 교장이 변화를 가속화해서, 경기도 혁신학교가 되었다. 이 교장은 학부모와 학생, 교사의 내면을 치유하고, 소통하는 학교, 행복한 문화를 만들었다.

7. 이 학교는 학칙 대신에 도입한 '생활협약서'를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교사, 학부모와 함께 만든다. 학생은 단순한 피교육자를 넘어 배움의 주체이다. 학부모 역시 방관자가 아니라, 학부모 교실과 학부모 아카데미 등을 통해 학교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사들은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토론식 수업의 진행자이자, 내명이 치유된 본래 의미의 '교육자'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 3자의 유기적인 협력은 학력 향상으로도 나타났다.

8. 이 학교는 처벌보다는 회복에 중점을 두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한다. 회복적 대화하기, 담임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서클 참석하기, 최종적으로는 교장과 면담 하기 등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다. 학생,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의 내면 치유를 교육에 접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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