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어린 잎이 팍 피어오를 때 제일 예쁘다.
8년 전 오늘 글이에요.



대전문화연대는 매월 둘 째 주 일요일에 회원들이 모여서 함께 테마 걷기를 한다. 올해 3월도 작년처럼 대전 사이언스길과 카이스트 교정을 걸었다.
이번 걷기에서는 '기시감'때문에 감동이 적었던 벚꽃보다, 원자력안전기술원 뒷산, 성두산 공원에서 만난 나무들이 인상적이었다. 그곳에 있는 나무에는 누군가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는 듯 당당하고 떳떳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만났다. 막 싹을 틔운 나무들이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들을 만나는듯 했다. 나무는 어린 잎이 팍 피어오를 때 제일 예쁘다. 생명의 에너지가 중력의 힘을 이기고 피어오르는 힘에 우리는 감탄한다. 생명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어느 한 나뭇가지도 소외시키지 않고 골고루 나누어 주는 생명의 에너지를 보면서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모두 다 서로 서로 사랑하라고, 어느 누구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나무껍질이 진한 검은색이어서 나무껍질에 때가 많다 하여 그리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열매껍질에 독성이 강한 성분이 있어 열매를 빻아 물에 풀면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해서 떼죽나무가 되었다가, 바뀌었다는 때죽 나무.
난 여기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파에톤의 추락'이라는 이야기를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신비스럽게 생각하며 이렇게 이해하였다. 동틀 무렵, 태양의 신 아폴론은 입에서 불을 뿜는 네 마리 말이 끄는 황금빛 태양 마차를 몰고 동쪽 지방에서 출발하여 하루 종일 하늘 높이 달리다가, 저녁 무렵 도착지인 서쪽 지방으로 내려간다. 밤 동안 태양마차는 대지의 둘레를 휘감고 있는 대양 오케아노스를 통해 출발 지점인 동쪽 지방으로 다시 이동한다고 보았다. 그 태양의 어김 없는 운행과 그 태양이 품어내는 에너지를 감탄하며,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폴론처럼, 자신도 언젠가 한 번쯤 이 황금 마차를 몰고 싶어 했을 것이다. 신화 속에는 이 욕망 때문에 파멸한 인물이 하나있다. 그가 아폴론의 아들 파에톤이다. 우리는 ‘파에톤의 추락’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파에톤은 자신이 진정한 태양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를 졸라 태양 마차를 몰다가 파멸하는 슬픈 운명의 인물이다. 입에서 불을 뿜는 말이 모는 태양 마차를 타고 하늘 높이 달리던 ‘초보 운전자’ 파에톤은 운전 미숙으로 궤도를 벗어나, 대지의 산천초목을 불태웠다. 깜작 놀란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가 제우스에게 급히 탄원했다. 파에톤은 결국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마차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는다. 태양 마차를 넘겨주면서, 아폴론은 파에톤에게 이렇게 경고했었다. “고도를 너무 높이지도, 너무 낮추지도 말고, 중간 길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길이다.” 그러나 파에톤의 비극은 태양의 궤도를 벗어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중용과 절제와 균형 감각이라는 그리스적 정신, 즉 아폴론적 덕목이 강조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우리는 이 파에톤이 대지에 가까이 오는 바람에 아프리카가 생기고, 그 곳 주민들의 피부가 검게 된 것이고, 정신을 차리고 핸들을 너무 꺽는 바람에 유럽 쪽은 대지와 너무 멀어져 그 곳 주민들은 백인이 되었고, 정신 차리고 제 궤도를 돈 곳이 아시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시아 인들을 적당히 잘 구워진 황색 피부를 갖게된 것이란다. 문제는 유럽의 백인 피부는 어릴 때는 매우 예쁘나, 피부가 덜 구워져 성인이 되면 일찍 피부가 늙고, 좋지 못하다. 흑인 피부는 검어서, 보기에는 좋지 못하지만, 피부는 아주 좋단다. 아! 검은 껍질을 가진 때죽 나무를 보며, 네 피부는 단단하지하고 혼잣말 하며, 나는 이 신화와 얽힌 이야기를 상상했다.
꽃이 조로 지은 밥알을 다닥다닥 붙인 것처럼 보이는 조팝나무.
흰밥알을 확대한 모습의 꽃이 바리바리 달리는 아팝나무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아 보지 못했다.
잎을 조금 씹어보면 생강처럼 톡 쏘지는 않지만 분명 생강 냄새가 퍼지는 생강나무는 잘못하면 산수유나무와 혼돈한다.
가지가 층층으로 일정 간격을 두고 수평으로 퍼지는 층층 나무.
열매를 보면 바로 쥐똥이 떠오르는 쥐똥나무.
가지를 잘라 가운데 속을 밀어내면 국수 같은 하얀 속 줄기가 빠져나오는 국수나무.
화살의 깃처럼 생긴 날개가 달려 있는 화살 나무.
줄기나 단풍든 잎을 태우면 노란빛의 재가 남는 노린재 나무
가을 산에서 가장 먼저 붉어지는 붉나무
어린 가지의 껍질을 물에 담그면 푸른색이 우러나며 서당 훈장님의 회초리감으로도 애용되었던 물푸레나무
아는만큼 보인다고 좀 더 공부를 해서, 다음 달 걷기에 나가면, 나무들의 제 이름을 불러주자.
아침 9시에 대전시민천문대 앞에서 만나, 곧바로 대덕 사이언스운동장을 가로질러 에너지연구소부터 이어지는 탄동천 "꽃 길"로 접어들어, 지질지원연구소, 화폐박물관을 거쳐 대전중앙과학관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걷다가, 유턴하여 다시 성두산공원을 올랐다. 참석자는 나, 목계, 우경님, 해원님, 남교수님 그리고 고임순이 참석하여 전부 5명이었다. 산을 넘으니 카이스트 서문이 나왔고, 우리는 대전이 자랑하는 카이스트 벚꽃길을 따라 카이스트 교정을 들어가 언덕에 있는 숨은 멋진 길을 찾아 작은 언덕에 올라 잠시 차를 마셨는데, 카이스트 언덕에 앉아 봄바람을 만나자, 한 분이 이 시를 읊었다. 이조년의 시조. 춘풍-봄바람-춘심-봄의 정취-춘정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드러 하노라
배꽃에 달이 발게 비치고 은하수가 흐르는 깊은 밤에
가지 하나에 깃든 봄의 마음을 두견새가 알겠냐만은
정한 것도 병이 되어 잠 못 들어 하노라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언덕 뒤로 벚꽃이 만발한 매우 예쁜 길이 있었다. 우리는 '춘심'에 부풀어 걷다가, 잘 정돈 된 야외 바베큐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차 있는 곳으로 와서 우리는 다 같이 남교수님 집으로 가 멋진 스피커들의 향연과 함께 좋은 음악과 그림을 실컷 감상하고, 게다가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환장할' 봄날을 하루 꽉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