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그래도 계절은 가고, 그래도 피어 오르는 새싹의 신록은 우리를 위로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4. 11. 08:40

9년 전부터 했던 글이다.

'참 나' 여행

순서/안도현

맨 처음 마당 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 다음에는
재 너머 사과 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 밭 울타리
탱자 꽃이
나도 질세라, 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병들어 꽃이 피는 순서가 무너졌다. 선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악이 이 세상을 끌고 가는 세상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은 ‘엉터리’학교이다. 선을 행했는데, 칭찬을 받지 못하고, 악을 행해야 대접을 받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꽃이 ‘폭죽처럼’ 한 번에 만발하며, 한 번에 지는 들판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래도 계절은 가고, 그래도 피어 오르는 새싹의 신록은 우리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