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에 져주다, 짊어져주다가 스스로 죽으러 가는 삶을 살리라.
9년 전부터 했던 말이다.

“성경은 인생을 밀알이 땅에 떨어지는 일에 비유하며 죽어서 크게 산다는 역설을 가르쳐주고 있다. 저를 지키려고 끝끝내 버티면 고약하게 썩어서 아무것도 거둘 게 없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고운 흙에 자기를 보태주면 움트고 싹터서 백배의 열매를 거둔다고 말이다. 막상 현실을 접하고 나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나는 기어코 이기고야 말겠다는 인생이고, 다른 하나는 한사코 져주며 살겠다는 인생이라서 그렇다. 어느 누가 지는 걸 좋아하겠는가? 때려도 안되겠지만 맞는 걸 좋아할 이는 없다.” (청주 김인국 신부)
이번 주는 <예훈 농장>에 여러 가지 씨를 뿌렸다. 나를 지키려고 너무 힘들어 하는 나에게 져주라고 하신 신부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여러 잡념을 봄바람에 날려버렸다. 그랬더니 그 봄바람이 잘했다고 쓰다듬어 주었다.
“인생이 복잡해 보여도 마지막에 가보면 죽임을 당하고 마는 자와 스스로 죽으러 가는 자, 이렇게 둘로 나뉠 것이다. 영영세세 떵떵거리고 살 줄 알았는데 어이없이 시들고 마는 시시한 물건들이야 흔해빠졌다. 반면 올 때야 남이 보내서 왔지만 갈 때는 나 스스로 죽으러 가야겠다며 시원스레 길을 나서는 이도 있다. 그는 누구인가? 져줄 수 있는 사람이다. 져주고 져주다 짊어져주는 사람이다. 누가 그 일을 할 수 있는가? 철없는 아이와 욕심 많은 소인은 할 수 없다. 져주는 일은 어른만이 하는 일이요, 짊어져주는 일은 힘센 사람, 큰 사람만이 능히 이룰 일이다.” (청주 김인국 신부)
나는 세상에 져주다, 짊어져주다가 스스로 죽으러 가는 삶을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