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음력 1월 15일, 새해 첫 보름으로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정월대보름'이었다. 정월대보름은 동제(洞祭),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쥐불놀이, 지신밟기, 부럼깨물기 등 기복행사와 오곡밥과 오색나물을 먹고, 귀밝이술을 마시고 땅콩이나 호두 등의 부럼을 깨는 풍습이 있는 날이다. 그 의미는 이렇다.
- 조상들은 농사를 시작하면서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풍년을 빌며 이웃 간 화합을 다진다.
- 오곡밥은 말 그대로 5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인데, 평소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동안 부족했던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 말린 나물은 겨울에 삶아서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 날밤, 호두, 은행, 잣 등을 깨물면서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며, 또한 이를 튼튼히 하려는 방법이다.
그래 나는 딸과 찰밥에 나물 그리고 땅콩을 사다가 즐겼다. 그러면서 나는 정월대보름 같은 '둥근 세상'을 꿈꾸었다. 싱어송라이터인 유영석(예명 화이트)씨의 노래 <네모의 꿈>을 듣는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 /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 /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부속품들은 왜 다 온통 네모난 건지 몰라/ 어쩌면 그건 네모의 꿈일지 몰라 (…).’"
그러나 정월대보름날에는 초등학교 때 배운 이 노래도 생각난다. <둥글게 둥글게’>이다.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를며/랄랄랄라 즐거웁게 춤추자/링가링가링가 링가링가링/(...)/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 이 노래를 다시 부르면, 나는 모질고 각진 "네모 세상"에서 어깨동무하며 함께 사는 "둥근 세상"을 그려본다.
스펙 우선, 안정성 중심으로 살아온 한국은 네모의 천국이다. 세상도 사람도 둥근데 생각과 행동은 네모에 맞춰져 있다. 네모 안에 갇혀,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니 행복할 수 없다. 그러다가 ‘의식도 못한 채 그냥 숨만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아이들과 부모들은 행복해지려고 그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행해지지 않으려 아등바등하는 쪽에 가깝다. 나도 그렇다. 인간의 각 개체는 온갖 다양한 연속체 중에서 유일무이하다. 인간은 이미 존재만으로도 특별하다. 그러니 나 자신의 삶을 주인공으로 살면서, 모든 일을 그 주인공에 맡기고 살면, 걱정할 일이 없다.
오늘은 딸을 데리고, <벽초 홍명희의 문학비와 생가>를 방문하려 한다. 난 올해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으로 옛날에 죄수 목에 올가미를 두르고 양동이(bucket)를 걷어차고 교수형을 집행한 것에서 유래했다)가 대하 장편 소설 『임꺽정』 9권을 읽는 것이다. 함께 읽고 싶은 분들을 곧 모집할 생각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임꺽정과 그의 동무들은 '추방(追放)'당한 자가 아니라, '탈주(脫走)'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임꺽정과 그의 동무들은 변방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들의 전형으로 보고, 나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 소설을 통해 잃어 버린 우리 말을 되찾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순수한 우리말 어휘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는 '우리 말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괴산을 출발하기 전에 오늘 아침 이 시를 공유한다. 이 시를 읽으며, 잊혀져 가는 우리의 풍습을 나는 다시 기억하고 싶다. 오늘 사진은 구글에서 무료 사진을 얻어다가 갈무리 한 것이다.
정월대보름/손병흥
아홉 가지의 나물에다 찰 진 오곡밥을 먹고서
올 한해 이루고 싶은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새로운 소원을 조심스레 점쳐보는 정월대보름
풍요로운 생산기원 마을의 평안 축원하는 동제
부족했던 비타민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슬기로움
무사태평과 종기 부스럼 잡귀 물리는 부럼 깨기
귀 밝아지고 좋은 소리를 듣고자 먹는 귀밝이술
논두렁 밭두렁의 해충 세균 없애기 위한 쥐불놀이
지신밟기 후 보름달 떠오를 때 행하는 달 집 태우기
연날리기 윷놀이 소원풍등 날리기 하는 상원 명절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풍요의 상징적 의미로 자리매김한 전래 풍습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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