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살아 있는 것은", 모두 흔들리면서 존재를 증명한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2. 7. 08:52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사람들은 모두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그 목적이란 어떤 획득, 어떤 만족 따위이다. 사람들은 문명 속에서 이유도 모르고 명예, 부, 권력을 추구하면서, 타자를 지배하려 한다. 그 목적의 추구가 '삶의 무거움'이다. 그 무거움은 우리 자신의 본성을 지배하며 억지스런 노력과 권태의 순환으로 귀결된다.

그 때 타자를 지배의 대상으로 보기를 멈추면, 아니 타자에게 질서를 강요하길 멈추면, 타자의 '다름'이 비합리적이고, 무례하고, 야만적으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 때부터 타자의 '다름'은 '열등함'을 넘어 '새로움'이 시작된다. "사물 하나 하나가 본래의 관습적인 - 그리고 소모적인 - 방향으로 기울어지기를 그치고 그의 본질로 되돌아와서 모든 속성들을 마음껏 개화 시키며, 그들 자체의 완성 이외에 다른 어떠한 이유를 찾지 아니하며, 순진하게 그 자체로만 존재한다."(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그러면 우리는 지배와 질서를 향한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천성을 따라 타자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된다. 타자를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목적 없이, 타자를 '새로움'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서 타자는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다. 타인과 다른 말이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흔들리면서 존재를 증명한다. 들판을 나가보면 안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시간들, 늘 시끄럽고 와글거리는 내면의 소리들에 휘둘릴 때, 빈 들에 가서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들판의 고통 하나”로 바람을 맞아보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튼튼한 줄기를 얻고/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이 때 '존재의 가벼움'이 시작된다. 그 '가벼움'으로 '진짜' 2019를 행해 나아가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순례:11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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