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2. 4. 08:12

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봄이 시작되는데, 오히려 더 춥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 몹시 뒤숭숭하다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을 장악해,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고, 미세먼지로 이중 삼중 우리들의 숨쉬기를 괴롭힌다. 지난 달 어느 아침에 했던 생각이다. 우리는 보통 "현재가 미래를 만든다"고 하지만, 토마스 프레이(미래학자)는 거꾸로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하느냐 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 작년부터 마음 속으로 준비하던, "마을 대학"을 오늘부터 '실험적으로' 시작해 본다. 가칭 <유성마을대학>이다. 오늘 오후에 첫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한 달에 두 번, 총 4개월 동안 진행될, "감각의 지평을 넓힐 와인과 인문학> 강의가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에서 오늘 오후부터 시작한다. 캠퍼스 없는 마이크로 대학(micro college)이다. 고정된 캠퍼스를 갖추지 않고, 유성구 내의 여러 장소에서 우리의 실제 일상적 삶에서 필요한 지혜를 익히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은동에는 미술을 통한 감수성 키우기와 스토리로 만드는 플로리스트 되기 그리고 와인소믈리에 등을 배우는 "마을 대학", 전민동에서 배우는 요리와 와인의 마리아쥐 클래스, 도룡동에서는 영화로 배우는 인문정신 등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대덕 과학 특구의 한 복판으로 정부 출연연구원들로 둘러쌓여 있다. 그래 동네 이름이 "수박밭"이다. 수 많은 박사들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는 뜻이다. 그래 우리 동네 캠퍼스에는 드론 드라이버 , 산소나무와 IOT, 메이커스 등 실제 삶에 필요한 과학 강의를 열 생각이다.

위에서 말했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2030년에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평생 8-10개 직업을 바꿔가며 일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기술 재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2주-2달의 짧은 교육 수요가 높아져 대학도 마이크로 대학(micro college)이 대세가 된다. 예를 들어 3D 프린팅 디자이너, 드론 파일럿이 되는 걸 배우는 거다. 이를 위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2년간 공부해 새로 학위를 따는 건 말이 안 된다." "앞으로 10년간 전세계 대학의 절반은 사라질 것이다.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이 포진한 기존 대학들은 방향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캠퍼스가 없는 마이크로(Micro) 대학을 많이 사들일 것으로 본다." "대학 학위가 '신분의 상징'이었던 시대는 끝났다. 명문대 학위 하나로 평생을 먹고 살던 시대는 가고, 끊임 없는 재교육과 세세하게 개인 능력을 평가하는 '정량화된 자아(自我)'의 시대가 온다."

곧 우리는 초고용(super employment) 시대 속에서 살 것이다. 정규직은 점차 줄어들고, 2개월에서 짧게는 2시간까지 단기 고용해 일을 맡기는 임시직(gig)이 대세가 될 것이다. 벌써 그런 시대적 상황이다. 그래 이런 신조어가 나왔다. "퇴튜던트". 퇴근과 스튜던트를 합친 신조어이다. 이 말은 퇴근 후, 다시 학생이 된다는 말이다. 퇴튜던트는 본인이 취미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거나 다음 직업을 위해서 기꺼이 본인의 지갑을 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을 생각한다. 이들의 눈길을 끌려면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커리큘럼이나 다채로운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몇 일전 서울대 장대익 교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는 "100세 시대, '학생’의 의미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류의 진화사를 보면 100세 시대는 새로운 국면이자 기회다. 지금의 60세는 건강 면에서 과거의 40대와 유사하면서 경험 면에서는 20년치가 더 많다. 사회 구조가 은퇴를 강요할 뿐이지 더 유능하게 오래 일할 수 있다. <100세 인생>의 저자인 런던정경대학의 그래튼 교수에 따르면, ‘교육→일→은퇴’라는 3단계 인생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제 “전일제 학생, 풀타임 직장인, 여생 은퇴자라는 용어는 사라질 것”이며, 이 세 단계가 섞여 있는 복합적 인생이 펼쳐질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 시스템의 특징은 교육을 늘 출발선에만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교육을 재정의하는 일이야 말로 고령화 시대를 위한 첫 미션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교육 대상을 재설정하는 일이다."

나는 사범대학을 나와,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20대 후반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 10년을 더 공부했다. 그것이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이유이다. 그동안은 앞만 보고 달려 왔다. 그만큼 생존이 어려웠었다. 이제 환갑을 지나니, 나에게 주어진 두 번째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그리고 대학 교육을 위해서 교육 예산의 대부분을 지출하고 있다. 그리고 20세 초반 까지만 교육을 시키고 나머지 60년은 알아서 하라고 한다. 장대익 교수의 분석은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글을 통해, 나의 결심이 더 굳어졌다. "사실상 우리에게 ‘교육비’란 3~23세에만 지출하는 교육비다. 그 이후 세 배의 기간(60년) 동안 인류는 교육으로부터 완전히 방치되어 있다. 현재 인류의 고등교육은 기껏해야 첫 직장을 잡는 데 유용할 뿐인데 말이다.  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우리의 40대 이후(40플러스)의 인생을 보라. 인구통계적 변화만 보더라도 앞으로는 40플러스를 위한 교육 수요가 더욱 크고 강력해질 것이다. 게다가 과학기술의 급격한 변화는 기술 리터러시의 세대 간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릴 것이기에 적응 교육이 가장 절실한 연령층은 40플러스다. [이 점을 나는 많이 주목한다.] 이쯤 되면 ‘평생교육이나 평생학습이 이미 이뤄지고 있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이것은 대학 교육의 일부를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수준이다. "

나는 몇 해전부터 대학 학부생 강의는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 거다. 장교수의 말이 내가 하고 싶는 말이다. "대학에서 과식(過識)으로 소화불량인 학생들을 자주 만난다. 아무리 중요한 지식과 통찰을 전달해도 시큰둥하다. 배움의 자세가 안된 학생들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지식과 지혜에 갈급 해 찾아온 40플러스의 눈망울은 오히려 초롱초롱하다. 이 잊혀진 존재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흡수하고 응용할 수 있는 진짜 학생들이다."

그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마을 대학"이다. "40플러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과학자인 장교수의 이 말로 아침 글쓰기를 마친다. 책을 읽으면, 심지어 1주일만 저글링을 해도, 어른의 뇌는 변한다. 뇌가소성에 대한 수많은 연구는 ‘중년의 뇌’의 탁월함을 입증한다. ‘60이 넘어도’ 배울 수 있고, 청년보다 더 잘할 수 있다. 누가 학생인지를 재고해야 할 때다."

오늘 오후 시작하는 <감각의 지평을 넓힐 와인과 인문학>, 유성마을대학 첫 코스를 축하해 주시기 바란다. 학생의 평균 나이가 50이 넘는다. 교수로 은퇴하신 분들도 함께 한다. 같이 여러 강의를 만들고, 함께 공부하시고 싶으신 분은 저와 동참할 수 있다. 문자 주세요. 010-8599-1662. 그래 다시 한 번 이 시를 오늘 아침에 공유한다.

두 번은 없다/비스와바 쉼보르스카(폴란드 여류시인)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 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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