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연대’는 이런 것이다.

우리마을대학 협동조합 2025. 1. 5. 13:10

8년 전 오늘 글이에요.

한표 생각: ‘연대’는 이런 것이다.

# 남극의 황제 펭귄들의 허들링(Huddling: 알을 품은 황제 펭귄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혹한의 겨울 추위를 견디는 방법)에서 배운다. 남극의 겨울은 혹독하다.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한파와 시속 100㎞가량의 눈 폭풍이 몰아치기 일쑤다. 두 발로 알을 품은 황제펭귄들은 무리를 이뤄 서로의 체온을 주고받으며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2~3시간 간격으로 이동하는 ‘허들링’으로 생존을 유지한다. 무리 안쪽은 바깥쪽보다 10도가량 높다. 그럼에도 ‘나만 살겠다.’고 안쪽을 고집하는 황제펭귄은 없다. 바깥쪽에서 눈 폭풍을 온몸으로 막아낸 황제펭귄들에게 안쪽 자리를 망설임 없이 내준다. 공생을 위한 눈물겨운 몸부림이자 배려와 양보의 미덕이다. 황제펭귄들은 그렇게 두 달을 버티며 남극의 봄을 맞는다.

# 한 수도원에 찾아온 나그네가 원장 수도승에게 물었단다. “세상이 왜 이다지도 춥고 어둡답니까?” “아집과 교만을 불태우고 버려야만 세상이 밝아지고 따뜻해지겠지요.” 나그네는 더 궁금해졌다. “나를 불태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혼자서는 결코 불탈 수 없지요. 여럿이 함께여야죠. 짐을 풀고 우리랑 같이 지냅시다.” 나그네는 그날로 한식구가 되었단다.

# 시 한편

   장작불/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서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
   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
   옮겨 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
   탈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
   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야
   죽어서도 잿더미만 클 뿐이야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함께 혁명을 꿈꾸는 시인의 이야기 같지만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으로 읽을 수 있다. 임의진은 이렇게 읽는다. “몸을 맞대고, 엉겨 붙어 짱짱하게 단합하면 장작불은 활기를 되찾아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한다. 아무리 갑이 설쳐대는 세상이라도 을이 작심하고 의기투합하면 모래시계를 뒤엎듯 크게 한번 판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들 불꽃이 되어….”